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

거의 매일 쓰고 있는 '느낌표 로그'를 일주일 전부터는 노트에 인쇄하여 붙이고 있다. 기록하는 과정 자체로도 일상의 닻이 되어주었지만, 종이로 인쇄하여 노트로 만드니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덕분에 현재 흐르는 일상에 대한 안테나를 더욱 세우게 되었다.


'행복'이라는 말은 참 모호하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마음 상태가 결국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Energy Rich)'임을 알게 되면서 일상과 삶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명확해졌다. 이 에너지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진다. 행복은 '즐거움'이 될 수도, 희망에 가득 찬 '기대감'이나 '설렘'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여유롭고 평온한' 감정이 가득한 상태일 수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결을 가진 긍정적 감정들을 느낄 때마다 마음 에너지는 차오른다.


그때부터 나는 느낌표 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단순히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내 마음을 움직인 순간들을 포착해 적는 것이다. 하루를 사건이 아닌 '즐거움', '애정', '설렘', '감사' 같은 감정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언젠가부터 이를 '느낌표 로그'라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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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아이와 식탁에 나란히 앉아 쇼팽의 피아노 음악을 틀어두고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며 회전목마를 만들던 순간이 있었다. 종이를 접고, 붙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 옆에서는 남편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밀려오던 평온하고 감사한 마음. 나는 그 장면을 느낌표 로그에 남겼다. '평온함, 여유로움, 애정, 감사함'이라는 감정의 이름들과 함께.


신화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두 가지 시간 개념이 나온다. 크로노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달력과 시계의 시간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특정한 의미가 부여된 주관적인 시간, 기억에 남기고 싶은 의미 있는 시간이다. 기록은 둥둥 떠다니며 흘러가 버리는 크로노스의 일상에서 카이로스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기록하지 않으면 모든 날은 우주로 흩어지지만, 기록하는 순간 그날들은 시공간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게 된다. 기록을 다시 들여다볼 때마다 그 순간은 생생하게 살아나니까. 기록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붙잡아두기 위함만이 아니다. 기록은 지나간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지금 지나가고 있는 현재의 해상도를 높여준다. 덕분에 지금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느끼고, 이 순간을 더욱 밀도 있게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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