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눈온다!" 남편이 커튼을 걷으며 말하였습니다. "오, 눈오네!" 창 밖으로 함박눈이 바람한점없이 천천히 내리고 있었어요. '예쁘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때 아이가 창문으로 달려가 창문에 거의 코를 박을듯 바라보다 "우리가 스노우볼안에 있는 것 같아!" 라고 말했습니다.
스노우볼이라뇨. 몇번의 눈이 왔던 날들 중 하나였던 그 날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졌을 그 시간과 공간이, 아이가 '스노우 볼'이라고 이름을 붙이자, 갑자기 하나의 장면으로 낯설고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스노우볼은 유리속에서 안전하고 영원하고, 환상적인 공간이잖아요. 아이의 표현에 창밖의 함박눈과 함께 우리집 거실이 안전하면서도 포근하고 몽환적인 동화속 풍경이 된것같았어요. 이 날의 순간은 '스노우볼'에 마치 있었던 것 같은 순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듯 합니다.
이름붙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린 순간이 셀수없이 많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나의 눈 앞에 있는 일들을 바쁘게 '처리'하고만 살아간다는 생각이 한참 들었을때가 있었어요. 심지어 바쁘게 일하고 돌아온 주말 떠나는 가족여행도 즐거운 휴식,여행이 아니라 또 하나이 미션이라고 느껴질정도였죠.
'해야할 일'의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는 하루를 시작하고, 다 못한 일들을 생각하며 잠들고, 평일, 주말 모두 해야할 일 목록속에 살고 있었어요. 그 안에서 열심히, 바쁘게 걷고, 달리고, 소위 갓생을 사는 듯 살았지만 무뎌진 감각 속 처리된 하루, 하루가 날아가버리는 것 같았죠.
그래서 저의 일상의 순간에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돈을 벌고, 무언가를 사고, 여행을 가는 이유도 결국은 '기분'에 닿기 위해서니까요. 평온함, 즐거움, 설렘 같은 감정에요. 그런데 그 감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하루, 거실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무채색의 일상을 바꾸는 방법은 거창한 성취, 변화가 아니라 흘러가는 장면을 붙잡아 '이건 내 삶이었어' 라고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나의 스노우 볼은 무엇이었나요?
기록은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