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계속해서 달리는 한 어딘가에 닿겠지

by Miyuki

몇 해 전, 나는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그저 달리는 게 좋아서 5km 마라톤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준비는 부족했지만 목표는 단순했다.

​
“완주만 하자. 그냥 끝까지만 가보는 거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날의 마라톤은 밤에 진행됐고, 코스는 돌산을 오르내리는 험난한 길이었다. 나는 머리춤에 낀 작은 야광 라이트 하나에만 의지한 채 어두운 산길을 달렸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차고, 발은 돌에 걸려 휘청거렸다. 결국 코스를 비껴난 길가 나무 아래에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지나가던 마라토너들이 내게 물었다.

“괜찮아요?”

그들은 분명 자신도 지쳤을 텐데,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 짧은 한마디가 내게는 너무 큰 힘이 되었다. 나는 부끄러움 속에서 다시 일어나 숨을 고르고, 길을 나섰다. 익숙해지듯, 한 걸음씩.

결국 나는 오랜 시간을 걸려 그 산길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지막 주자였지만, 가장 값진 것을 얻었다. 속도도 기록도 아닌, 포기하지 않았다는 경험.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거였구나.”

작은 믿음이 내 안에 굳게 박혔던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그날을 떠올린다. 글쓰기 역시 마라톤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숨이 차고, 방향을 잃고, 멈추고 싶어진다. 그럴 땐 잠시 길 옆에 비껴 서서 숨을 고르고, 호흡이 돌아오면 다시 내 속도로 길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

길이 비록 어둡고 울퉁불퉁하더라도, 그 길 위에서 나는 지친 나를 스스로 다독이고, 함께 걷는 이들에게 짧은 격려를 건넨다. 그렇게 한 걸음씩 뛰다 보면, 어느새 내가 출발했던 지점을 훌쩍 지나 결승점에 도달해 있다.


두려움을 이기는 건 거창한 결심보다는 한 번의 작은 발걸음인 것 같다. 처음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 작은 시작이 나를 먼 곳으로 이끌고, 끝내는 기적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 펜을 들어 첫 문장을 노트에 적어본다. 사뭇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문장을 이어서 써 본다.

아아. 이 한 문장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위대한 일은 결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작은 걸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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