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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Jan 18. 2022

직선적인 성격을 가장한 무례함

직선적인 성격을 가장한 무례함


 솔직함이 미덕인 시대가 왔다. 입에 발린 소리보다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오픈하는 것이 멋져 보이는 사회가 왔다. 그리고 저런 태도야말로 “힙”한 모습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이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직선적: 이리저리 둘러대지 아니하고 곧바로 하는

-무례: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음


 두 개의 단어의 사전적 뜻을 나열하고 보면 전혀 다른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주변에서 이 두 단어가 묘하게 혼재되어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친구 M은 같은 회사 동료 A 때문에 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동료와 있었던 일을 들으면서 나는 그 동료가 참 무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M의 말로는 A 스스로 요즘 세상엔 자기처럼 할 말 똑 부러지게 잘하는 사람이 이익이라면서 손해 볼 필요 없고 남한테 피해주지 말고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한다고 한다.


 한번은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과 관련된 내용에 대한 공문이 내려왔을 때 그 그룹에서 반드시 만나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어서 회사에 출근해야 했는데 그 일로 제일 높은 분을 찾아갔다나. (다른 직원들은 모르겠고) 재택에 대한 공문이 내려왔는데 왜 회사에 출근해야 하냐며 본인은 재택근무를 하겠으니 해당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에서도 알아주는 진상이라 그냥 A 혼자 먼저 재택에 들어갔고 다른 직원들은 출근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사실 나는 무례한 사람을 아주 싫어하고 저런 상황을 보고 참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화가 나는 건 저런 상황은 나처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 보통 한번 참고 넘어가 주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저런 사람들이 더 악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굳이 상대방과 갈등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고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함을 내가 한번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례한 사람들은 이 상황을‘아, 내가 또 맞았구나. 그래서 상대방이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구나!’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나는 저런 무례한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올바르게 직선적인 태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직선적인 성격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우면서 자란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과 생각을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치 상스러운 것을 대하는 것처럼 터부시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곤 했는데 그런 태도야말로 구시대적인 전유물이 아닐까 싶다.


내가 자신 있게 표현하고 내세워서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생각에 대해서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 우리는 직선적으로 될 필요가 있다. 원하는 바가 있으면 명확하게 그것을 원하고 있음을, 불편한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인해 내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하면서 전제가 붙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내가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직선적인 표현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세상을 혼자 사는 건 아니지 않는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은 타인과 내가 함께 쌍방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데 상대방이 그로 인해 불편함과 무례함을 느낀다면? 그건 좋은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정의하는 직선적인 사람은,


상대방에게 내 의견에 다시 한번 귀 기울일 수 있게 내 이야기를 적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할지라도 예의 없는 태도를 상대방에게 일관한다면 결코 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직선적인 태도의 기본은 바로 상대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다시 위로 올라가서 친구 M의 이야기를 짚어보면 동료 A는 자기가 가진 생각을 직선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기존 절차를 무시하고 저런 행동을 한 동료 A는 기존 절차 안에 포함된 사람들과 대표에게 아주 무례한 행동을 저지른 사람이다. 또한 같이 엮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료들에게도 무례했다.

내 주변을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한번 되짚어보자. 나는 직선적인 사람인지 그저 무례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또 다른 A들에 그들의 무례함을 직선적으로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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