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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Feb 11. 2022

감정의 쓰레기통을 자처하지말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기를


언젠가부터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는 단어를 자주 봤다. 누가 저 단어를 처음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이 느끼는 생각을 잘 표현하는 단어라 많이 쓰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꽤 그 크기 큼지막한데 그 이유는 보통 이 단어가 가벼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민과 힘듦을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내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고민과 속상함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감정의 쓰레기통은 이런 소중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등장하는데 왜 이 단어가 등장하게 됐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 Pezibear, 출처 Pixabay


대화라는 단어에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감정’이라는 단어가 함께 공존하는데 그 감정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감정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 듣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그 과정에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일 경우 듣는 사람은 큰 충격을 받는다.


U에게 P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P는 U가 힘들 때마다 가장 먼저 연락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U와 P는 서로 전혀 다른 전공을 택했고 지금도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지만 U는 P를 만나서 이야기하면 힘들었던 점은 금세 잊고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해져서 기분이 풀리곤 한다.

P에게 U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U는 힘들 때마다 가장 먼저 P에게 연락한다. 가장 친한 친구지만 P는 U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어 U가 업무에 대한 짜증을 토로할 때 온전하게 그 내용에 공감을 해줄 수 없다. 그렇지만 U는 P에게 소중한 친구이기에 U가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되고 싶지만 U와 대화를 하면 감정적 힘듦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감정은 어느 정도 분출하면 해소되기 마련인데, 문제는 그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분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잘못 분출하면 그 부정적 감정이라는 폭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것이 되고 만다. 감정은 공유되는 것으로 공유를 넘어서서 전염되는 것이기 때문에.


© geralt, 출처 Pixabay



이 둘 사이에서 감정의 공유가 올바르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에 있어서 답은 U에게 있다. U가 스스로 감정을 얼마나 잘 컨트롤 할 수 있는지에 달린 것이다. U가 감정적이면 감정적일수록 P는 U의 감정을 그저 담기만 하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U는 스스로 느끼는 본인의 감정에 조금 더 담담해진다면 P는 한결 U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의 해소는 나의 몫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P와 U의 관계는 어찌 보면 일반적인 우리의 친구 사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사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적당한 감정들의 공유와 적당한 삶의 감정들을 공유한 것은 당연하기에 나와 모든 친구의 사이를 되짚어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 둘의 관계에서 P가 U의 이야기가 버거워지는 어떤 ‘순간’이 온다면 P 자신을 스스로 위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손절(손해를 감수하고 끊어내다) 같은 선택 말이다.


나는 우리가 이런 선택의 순간이 오기 전에 그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자신을 스스로 내몰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데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버리면 내면의 내 괴로움에 타인의 부정적 감정들까지 덤으로 얹어져 없던 스트레스까지 만들어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U가 아무런 악의 없이 본인도 모르는 채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있다면 1차로 나는 그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 그 대화를 통해 그가 대화를 대하는 자세가 바뀐다면 매우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변화가 없거나 혹은 악의를 가지고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있다면 고민 없이 그 사람과의 인연을 끊기를 권한다. 내가 그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들어주는 그의 고민이 어느 순간 내 감정을 갉아먹는 괴물로 변한 후에는 내가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U와 같은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 RitaE,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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