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요즘은 이 질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MBTI가 뭐예요~? 하고 묻는다고 한다. 나도 이런 심리 테스트와 검사를 참 좋아해서 관련된 글들을 많이 읽곤 하는데 사실 이런 설명 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것.
요즘의 우리는 외부로부터 받는 자극들도 많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너무나 다양해서 어떤 걸 경험하고 싶은지 스스로 골라서 선택을 해야 하는 환경에 있다. 과거 자기소개서 비슷한 것들을 쓸 때 꼭 취미와 특기를 쓰는 칸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그 칸에 들어가는 것들은 주변 친구들과 얼추 비슷했던 기억이 난다. 취미는 독서, 음악 감상이니 하는 것들과 특기는 수영 달리기 같은 것들 혹은 악기를 다룰 줄 알던 친구들은 그런 것들을 작성했다. 그런데 지금은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그 범주가 얼마나 다양한지 생각해 보면 그만큼 사회가 많이 변했구나 싶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것을 하찮은 것 정도로 여긴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정작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에는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취업에 바쁘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에 바빠 환경에 내가 잠식당하고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것은 나중으로 미룬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지 궁금해하고 자아에 대해 깨닫는 것은 인간 본능의 것인지라 사람들이 이런 MBTI 따위니 혈액형이니 하는 것들에 더욱 의존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도 잘 모르고 있어서 더욱 이런 것들에 집착한다고도 말했다. 나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감정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고 두려워서 더욱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그것에 신경 쓰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굳이 MBTI에 나열된 나의 특징들을 읽어보지 않아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어려워하는지 등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정의 내리고 싶어 한다. 나는 이런 것들에 신경 쓰는 그 본질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서 누구보다 궁금해하고 자신을 스스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나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이런 건 낯부끄럽다고 취급하지 말자.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 정의해 보자. 심리테스트 문항 하나하나를 작성하는 건 참 쉽지 않은가? 그것보다 더 쉬운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체크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일률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진짜로 나만의 결과지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렇게 나를 정의해 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지 내 스스로 생각을 통해서 궁극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예의 바른 사람을 좋아한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걸 좋아한다.
맑은 하늘을 좋아하고 비 오는 날의 빗소리도 좋아한다.
파란 바다를 좋아한다.
야구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의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LG트윈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