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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Feb 15. 2022

20대의 나보다 30대의 내가 좋은 이유

웰컴 나의 서른여섯

20대의 나보다 30대의 내가 좋은 이유


 나의 20대가 어땠는지 글을 쓰기전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남들보다 엄청나게 치열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주어진 환경속에서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대학교를 입학해서 큰 시험도 준비해보고 거기서 좌절도 해 보고 회사에 취업도 했고 연애도 했고 여행도 다녔다. 나름 알찬 것들로 나의 20대 도화지를 가득 채운 것 같은데 어느덧 30대의 도화지도 많은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 jostolle, 출처 Unsplash


생각해보면 나는 새해가 늘 좋았던 것 같다. 뭔가 잘못 했던 일들도 다 바로잡을 공식적인 명분을 주는 시기 같은 느낌도 있었고 한 살 한 살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 좋았다. 20살 성인이 되었던 순간부터 21살, 22살, 23살 … 그 매년 나이를 먹는 걸 좋아했다. 아마도 나이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은 그 과거 어린시절의 내 모습에 대한 그리움과 또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내 시간에 대한 아쉬움 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아쉬움과 그리움은 있지만 그냥 한 살 더 어른이 된다는 그 사실은 여전히 좋다. 그렇게 차곡차곡 나이를 먹으며 지금은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20대의 나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훨씬 좋다. 진심으로.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꼭 도끼눈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 젊은 시절 다 지나가서 그저 자기 위로를 위한 말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는 진심으로 그런 걸?


나는 지금도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주장을 매우 확고하게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생각에 대한 고집도 센 편인데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더 편협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걸 잘 인정하지 못했고 오로지 내가 바라보는 세상만이 올바른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내 모습은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레 바뀌었다. 조금 더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수용’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미세하게 커져간다. 그리고 내가 타인을 수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 역시 나를 받아줄 수 있게 그 균형이 맞춰져 갔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별모양의 돌과 네모모양의 돌들이 많아서 부딪히고 깎이는 20대의 시기를 넘어서서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같은 동그라미 모양의 돌로 함께 옆에 있게 되는 30대의 시기는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시기 인 것 같다.



© mbrunacr, 출처 Unsplash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100원짜리 구멍 정도의 크기로 세상을 바라보던 스무 살의 나는 이제 손바닥 정도의 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게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20대의 그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지금 보지 못하는 것들은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보일 거나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것을 통해 좀 더 나은 선택들을 해 나갈 때 마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라고 깨닫는다.


작은 점들이 만나 하나의 선을 이루듯 지금의 나는 어느 순간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작은 순간 순간의 시간이 모여 완성됐다. 그래서 시간과 경험에 의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혜안은 늘 나를 설레게 만든다. 30대의 나는 20대의 풋풋함은 없지만 성숙함이 있다. 당돌함은 없지만 신중함이 생겼고, 무모함은 없지만 계획성이 있다. 당찬 모습은 변함이 없으며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 박자 쉬어 가는 나만의 템포를 만들었다.


그리고 30대에는 20대에 내게 없던 ‘포용력’이 생겼다. 지금도 논리적으로 벗어나는 일이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에 대해서 가차없이 독설을 퍼붓는 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모습이 생겼다.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회속에 있고 서로 다른 모습의 우리들이 행복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나도 상대방을 포용하고 상대방 또한 내 모습을 포용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30대의 내가 40대가 된다면 지금은 내가 갖지 못한 혹은 생각하지 못한 나의 모습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나는 그 모습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 일 거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오는 새해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것 같다.



© bekirdonmeez,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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