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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Feb 16. 2022

게으른 완벽주의자

완벽함을 핑계로 하는 게으름뱅이의 항변

게으른 완벽주의자


나는 아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완벽함을 핑계로 하는 완벽한 게으름뱅이. 늘 이렇게 핑계를 대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내 스스로 다짐하고 반성하는 메시지를 담아보고자 한다.


‘아 어쩌다 보니 15일이네? 원래 이번 달부터 하려고 했던 일찍 일어나기는 다음 달부터 해야겠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

‘아 이번 주부터 영어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벌써 수요일이네? 다음 주부터 해야겠다.’

‘벌써 11월이 다 됐네. 내년엔 1월 1일부터 운동을 꼭 꾸준히 다녀야지’


대체 우리의 1일과 월요일과 1월은 무슨 잘못으로 이렇게 매번 많은 사람의 집단적 반성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자조적인 생각을 해본다.


어딘가에서 이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단어를 보고 나는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내 얘기를 하고 다니는 줄 알았다. (세상에 내 삶을 그대로 읽혀 버렸다. 범인은 누구인가?) 마치 부끄러운 민낯이 까발려진 느낌이라서 머리가 뎅 했던 기억이 있다.


© Victoria_Borodinova, 출처 Pixabay


사실 내 주변에서는 살면서 본 사람 중에 나처럼 바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도 말한다. 대학교 학부 시절에 대부분 수업은 1교시 수업을 넣었고 오전부터 수업을 듣는 것을 선호했다. 학원을 등록할 때도 늘 가장 빠른 수업 혹은 오전수업을 선택했다. 지금도 뭔가를 하게 되면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고른다. 그리고 계획한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to do list에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 모든 행동의 기조는 내가 아주 뼛속까지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늦잠 자는 것을 좋아하고 침대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한다. (꼭 일어나야 하는 일이 아니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400시간도 잘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일부러 부지런히 나의 하루를 굴린다. 일찍 일어나서 뭐 하나라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들어보면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이 들릴 수도 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글 쓰는 모임에서도 첫 모임 때 왜 오전반을 신청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그때 내가 정확하게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속마음은 ‘제가 너무 게으른 사람이라서 오전반을 등록했습니다’ 였다.


실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아서 게을러지는 나의 성격을 고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민과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일단 행동하는 것이었다. 성공하던 실패를 하던 되든 안 되든 일단 하고 본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은 다듬으면 된다. 완벽하게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부족함을 느끼는 것인데 일단 행동하고 나서 그 부족함을 보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완벽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단어다. 그 주관적인 표현으로 객관적인 나의 게으름을 포장하지 말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뭐든 해 나가는 그 맛이 있는 법이니까.


© annadziubinsk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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