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 주변에서는 살면서 본 사람 중에 나처럼 바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도 말한다. 대학교 학부 시절에 대부분 수업은 1교시 수업을 넣었고 오전부터 수업을 듣는 것을 선호했다. 학원을 등록할 때도 늘 가장 빠른 수업 혹은 오전수업을 선택했다. 지금도 뭔가를 하게 되면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고른다. 그리고 계획한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to do list에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 모든 행동의 기조는 내가 아주 뼛속까지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늦잠 자는 것을 좋아하고 침대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한다. (꼭 일어나야 하는 일이 아니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400시간도 잘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일부러 부지런히 나의 하루를 굴린다. 일찍 일어나서 뭐 하나라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들어보면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이 들릴 수도 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글 쓰는 모임에서도 첫 모임 때 왜 오전반을 신청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그때 내가 정확하게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속마음은 ‘제가 너무 게으른 사람이라서 오전반을 등록했습니다’ 였다.
실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아서 게을러지는 나의 성격을 고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민과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일단 행동하는 것이었다. 성공하던 실패를 하던 되든 안 되든 일단 하고 본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은 다듬으면 된다. 완벽하게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부족함을 느끼는 것인데 일단 행동하고 나서 그 부족함을 보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완벽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단어다. 그 주관적인 표현으로 객관적인 나의 게으름을 포장하지 말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뭐든 해 나가는 그 맛이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