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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Feb 18. 2022

화학적변화와 물리적변화

사람은 물리적변화로 삶은 화학적변화로

화학적변화와 물리적변화


『-2003.3.6 일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첫 물리 시간에 유독 관심이 있는 과목이라서 질문도 많이 하고 물리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물리 선생님이 나를 보면 여고 시절 선생님 반에서 친했던 친구 생각이 나신다면서 넌지시 내 이야기를 꺼내셨던 이야기를 듣고서 더 열심히 해야지. 1년 동안 최고의 모습만 보여 드려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

바로 그런 다짐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수업 날. 어제 마지막 수업 때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화학적변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사이에 화학결합의 재결합이 일어나 원래의 물질과 다른 물질을 생성하는 변화.

-물리적변화: 물체의 외부 형상만 바뀔 뿐 내부적인 물질의 조성이 변하지 않는 변화


인생은 화학적변화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 설사 지금까지 근사하고 멋진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노력 여부에 따라 미래에는 멋진 꿈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삶이란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다. 화학적변화 같은 사람이 되거라. 지금까지 고1 생활을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모습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생활하거라. 하지만 훗날 성공해서 멋진 사람이 되거든 생각만큼은 물리적변화 같은 사람이 되어라. 예전에 힘들었던 현실과 노력했던 시간과 겸손했던 마음을 잃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멋진 사람이 되어라.

© rossf, 출처 Unsplash


이 글은 2003년 12월 학기말에 내가 썼던 일기다. 고등학교 때 쓴 일기를 한참이 지나서 다시 읽은 지금 느껴지는 바가 또 다른 것 같다. 저 이야기를 해 주셨던 물리 선생님 정도의 나이가 된 제자는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야 선생님이 했던 저 말의 의미가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초심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상황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주변의 것들 속에서 홀로 이전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 보다는 같이 변하는 것이 더 쉬운 법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물리적변화 같은 사람은 저 초심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하겠지. 9년 차 직장인이 되어 번아웃이 걱정되는 요즘 처음 입사했을 때의 열정과 떨림을 기억하고 잊지 말라는 자극이 되는 글이다. 일이든 사랑이든 우정이든 그 본연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잃지 않도록 스스로 ‘나’라는 사람은 물리적변화라고 상기시켜 줘야겠다.


삶은 내가 노력하고 움직이는 그대로 길을 만들어 뻗어간다. 내가 움직임을 멈추면 그 자리에 머무르고 내가 움직이면 길을 만들어간다. 내가 만들어 온 과거의 길에서부터 지금의 현재와 또 다른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길을 만들어왔다면 그 길과 비슷하게 멋진 길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고 과거에 조금 좋지 않은 길을 만들어 왔다면 앞으로 미래는 좋은 길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일기를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어쩜 저렇게 멋진 표현으로 좋은 이야기를 해 주셨나 싶다. 나는 이렇게 19년 전에 내가 써 놓았던 글로 다시 한번 자극받고 힘을 얻는다.


사람은 물리적변화로 삶은 화학적변화로.

© StartupStockPhotos,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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