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율하 Apr 04. 2022

들을 줄 아는 사람들

傾(기울 경) 聽(들을 청)

들을 줄 아는 사람들


 내가 친하게 지내는 몇 안 되는 남자 사람 친구 J가 있는데 이 친구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J는 내 주변 그 어떤 사람보다도 가장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J를 처음 만났던 학부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나이가 조금 든 지금은 J의 저 경청의 태도는 그가 가진 어떤 장점들 보다도 그의 강점이라 확신한다.


J는 누군가가 고민이 있거나 말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1순위로 찾는 사람이었다. (이런 이유로 남들로 하여금 오지랖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딱히 J가 어떤 고민에 대해서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도 아니었고 결단을 내려주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는데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았다.


말하기 좋아하는 나는 저 들을 줄 아는 저 태도를 갖추기 위해서 꽤 오랜 시간 노력해 왔는데 결정적인 순간이 오거나 고삐가 풀려버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한창 떠벌리고 있으니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길까지는 한참 멀었구나 싶다. 그냥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건 다른 문제다. 단순히 맞장구를 쳐주면서 리액션을 해주는 게 아니라 첫째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고, 둘째는 내 시간을 기꺼이 그 사람에게 할애한다는 의미이다. 타인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사실 딱히 우리가 크게 의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흘려 지나가 버릴 수 있는 주제다.


© little_klein, 출처 Unsplash


왜냐하면 따로 배우고 학습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대화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것이기에 굳이 ‘잘’들을 줄 아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야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주변인과 ‘불통’이 되는 경우는 꽤 잦지 않은가.


J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그 사람에게 집중해준다. 오랜만에 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때 J는 진정으로 내 이야기에 집중하여 귀담아주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데 친구가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본인이 기준으로 조언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비판하지도 않으며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포용하고 수용할 줄 아는 태도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J의 모습에서 나는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을 배운다.


© FeeLoona, 출처 Pixabay


요즘은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이 멋있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의 주변에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꼭 함께한다. 잘 들어주는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굳이 내가 잘 듣고 있다고 표현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숨은 보너스 점수를 주고 싶다. 말할 줄 아는 것만큼 들을 줄 아는 것도 멋진 모습이고 쉽게 얻어지지 않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핸드폰은 손에서 놓고 잠시 화면을 뒤집어 놓는다. 그리고 상대방의 눈을 쳐다본다. 그렇게 집중하며 귀를 쫑긋 세워보자. 나도 굿리스너가 될 수 있다는 다짐을 하며.

작가의 이전글 평범한 일상 속 해피엔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