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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Apr 22. 2022

솔직함에 대한 이중성

솔직함에 대한 이중성


연인 사이에서 꽤 중요한 사항 중에 하나로 생각되는 단어가 있다. 솔직함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본인을 위함에 기반한다. 연애를 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본인의 만족감이라고 본다. 이 기본에 관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왕왕 범하는 오류가 있는데 그게 바로 "너를 위해서" 였다는 변명의 첫 마디다.


© GDJ, 출처 Pixabay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가 제대로 히트를 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사람은 개인만의 공간과 각자의 비밀이 있다는 것이 그 영화의 주요 골자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서 친구 L은 술자리에서 매우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연인 사이에서 거짓말이라는 건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며 상대방이 알든 모르든 일단 어떤 상황에 놓이면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생 친구 K의 일화가 떠올랐다.


K는 5년 넘게 만나 온 여자친구를 사귀던 중 친구들과 같이 나이트를 가게 됐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일단 나이트를 다녀오게 됐고 여자친구는 이 사실을 몰랐다. 친구들과 나이트를 다녀온 지 반년쯤 됐을 때 K는 반년 전 친구들과 나이트에 갔었다고 이야기했고 그 여자친구는 불같이 화를 내고 이별 직전까지 싸움하게 됐다. 과연 이 상황에서 K가 나이트를 다녀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은 상대방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K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고자 함이었을까?


지독하게 연애에 대해서 자유로운 A가 있다. 일반적인 회사원과 다른 교대 근무하는 그녀는 그 어떤 사람보다 자유로운 영혼 같아 보인다. 가끔 일정에 맞춰 밤에 놀러 나가는 그녀의 일정에 대해 남자 친구에게 공유하지 않으며 굳이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르는 상황에서 솔직할 필요가 있냐며 이건 하얀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그 남자친구는 이 아이가 밤 10시만 되면 피곤해 곯아떨어지는 천사 같은 여자친구라고 생각한다. 과연 A는 이 하얀 거짓말은 상대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A 본인의 마음이 편하기 위함이었을까?

때로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대해 합리화하고자 많은 이유를 갖다 붙인다. 그 합리화에 ‘나 때문에’라는 말을 붙이는 것보다 ‘너 때문에’를 붙이는 게 훨씬 더 쉽다. 죄책감도 덜 수 있고 반성을 덜 해도 되며 내가 그렇게 실수 따위나 하는 부족한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연인 간의 신뢰감은 거짓말을 하거나 상대방을 속여야 하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솔직함을 포장해서 상대방에게 뭔가를 고백하듯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미 그 신뢰감은 깨어지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K 에피소드에서 연인 사이에 필요한 솔직함이라는 단어는 K가 반년 뒤 여자 친구한테 나이트를 다녀왔던 것에 대한 고해성사가 아니라 반년 전 나이트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 여자 친구한테 그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연인 사이의 솔직함이다. 그렇게 말을 꺼냈을 때 여자친구가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는 게 싫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에 이야기는 지금 이야기하는 내용과는 별개의 문제다. A 역시 그녀의 행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너 때문’이다. 네가 기분 나빠 할까 봐, 솔직하게 얘기하면 네가 싫어할까 봐 A는 애초에 밤에 나가서 노는 것에 대해서 남자 친구한테 말을 하는 것이 연인 사이의 솔직함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남자친구의 반응은 그 이후에 추가로 대화할 문제다.


© johnhain, 출처 Pixabay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갖다 붙이고 싶은 대로 갖다 붙이면서 내 편한 대로 해석하며 상대방을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은 나 편해지자고 말하는 그 사람들의 솔직함은 까놓고 보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본인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변명으로 가득한 말을 솔직함이라고 포장하기보다 차라리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고 반성하며 고백하는 태도가 차라리 심적으로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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