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율하 May 19. 2022

미련이라고 불리는 가지 않은 길

미련이라고 불리는 가지 않은 길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작가 사르트르가 한 이 말은 우리가 태어난 때부터(Birth) 죽는 때까지(Death) 좋든 싫든 선택(Choice)을 해야만 한다는 의미로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홀로 수많은 가능성에 대한 생각과 선택지들을 두고 고민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을 거쳐 지금의 내 인생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어떤 선택의 순간에 최대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편이다. 지나간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과 깨우침 따위를 얻는 것보다 내가 했던 그 당시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후회와 상관없이 밀려드는 감정은 바로 미련이라는 녀석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내가 한 선택의 반대쪽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 있다. 이 가지 않은 길은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그것이기에 사람들은 그 길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회상하며 마음속으로 가지도 않은 그 길에 대한 복기를 시작한다.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끌리는 그 마음으로….

© mcsheffrey, 출처 Unsplash

입사 후 한 회사를 햇수로 9년째 꾸준히 다니고 있다. 그런 내게 한번은 전혀 다른 업종의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한번은 외국으로 갈 수 있던 상황적인 여건으로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두 번의 선택지가 놓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현재에 머무르는 걸 선택했다. 그 선택으로 지금은 회사 팀 내에서 더 높은 경력으로 업무를 보고 있고, 지금의 신랑을 만나 결혼했으며 지금의 나와 연결된 미래를 끊임없이 그려 나가고 있다.

그때 그 당시에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만약에 내가 회사를 그만뒀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 그 시뮬레이션을 수도 없이 머릿속으로 생각해 본 것 같다. 그리고 그 끝에는 그 선택에 대해 후회를 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나는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래전 그 선택을 했던 나에게 이야기해주곤 한다.


사소한 선택에서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은 감추기 어려운 법이다. 하물며 인생에서 큰 선택을 거쳤다면 어떻게 그 선택에 대해 100% 만족하며 살 수 있겠나?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그 미련에 관한 생각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 미련에 대한 마음은 당연하지만, 그 마음에 내가 한 선택의 결과가 잠식당해버리면 안 된다. 그 마음은 과거의 나에 대한 위로와 토닥임 정도일 뿐 그 미련이 지금의 내 인생의 주된 생각이 될 수 없다.


© polarmermaid, 출처 Unsplash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선택의 순간은 늘 어렵다. 점점 잃을 것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며 어떤 선택을 할 때도 내가 쥔 것과 내가 얻을 것을 비교하게 된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더욱 꽉 쥐는 나이가 되어 그것을 포기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아쉬운 미련이 남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럴 때 늘 나는 내 스스로 후회하지 않으면 충분히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후회는 하지 말자. 누가 봐도 구질구질하게 미련이 뚝뚝 떨어져 보일지언정 그래도 내가 한 그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 잘 한 일이라고 내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주자. 모든 삶이 완벽하게 딱 들어맞을 순 없는 거다.

작가의 이전글 모든 사람에겐 배울점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