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9년 가까이 마음으로 사랑하는 H 선배가 있다. 9년 전 처음 선배를 만났을 때의 나는 20대였는데 지금은 그때의 선배 나이보다도 훌쩍 어른이 되었으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H 선배는 단순히 회사에서 업무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내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병아리 시절 실장님은 H 선배만큼만 일하면서 능력을 갖춘다면 잘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 이야기가 마음에 깊게 박혔는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H 선배 바라기다.
회사 생활이 참 신기한 게 하루에 꼬박 9시간을 같이 보내는데 그게 일주일 중에 5일이나 된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까 H 선배는 내 주변에 있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나를 잘 알고 이해하며 내가 의지하는 사람이 됐다. (나는 평소에도 내 이야기를 자주 종알거리는 성격 탓에 회사에서도 많은 TMI를 남발하는데 그 덕에 H 선배는 굳이 몰라도 되는 내 일상 이야기들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는) 그런 H 선배가 내게 해줬던 많은 이야기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속에 깊게 새기고 있는 말은 이번 소제목이다. ‘모든 사람에겐 배울 점이 있다’라는 것이다. H 선배는 나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 있다. 불합리하고 옳지 못한 행동과 상황을 죽기보다 못 견디는 나와 다르게 H 선배는 어떤 상황에서는 내심의 에너지로 객관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나는 지금도 그 모습이 참 부러우면서도 신기한데 언젠가 내가 저런 상황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힘들어할 때 H 선배가 해줬던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사회생활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도 관계가 변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 사이에서 언제나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만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저런 점은 닮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찾아서 배우면 된다. 저런 행동은 옳지 않고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배우면 돼.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과 나와 결이 맞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늘 언제나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 H 선배의 저 이야기는 내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줬다. 내가 갖고 있던 고민이 한순간에 해결된 느낌이었다.
요즘은 ‘할많하않’ 이라는 단어가 왕왕 쓰인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줄여서 쓰는 줄임말로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저 말이 내가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는데 아주 딱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에서 절대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 때, 진절머리 날 정도로 정떨어지는 상황에서 입을 다물고 저 단어를 떠올린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으며 나는 절대 너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라는 의미 정도로…. 내 옆에서 속을 박박 긁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정말 닮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보며 생각해보자. 맞아 내가 저 사람에게 지금 이걸 배우고 있구나. 절대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