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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잔잔 Jun 04. 2020

두 번째 인터뷰 : 민지

민지와 나의 이야기

북적이는 갤러리. 누구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되는 그림 한 점. 진한 파스텔 색들로 나를 물들이고 싶어. 날 알고 싶다면 이리와서 가까이 들여다 봐줄래. 사실은 나 밝지만은 않아요.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문득 한 남자가 고개를 돌려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Q1.

이곳에서 불리고 싶은 이름과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      

민지요. 성을 떼고 다정하게 불러주세요.           


Q2.

현재 인터뷰를 응하고 계신 장소와 시간이 궁금합니다.

(장소 자체를 묘사해주셔도 좋고 혹은 이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 연유나장소가 지니는 의미가 있다면 덧붙여주셔도 좋아요.)     

코로나로 개강이 미뤄진 이후 자주오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집에만 있다보니 아무것도 안하고 괜히 우울해지더라고요. 동기랑 약속해서 거의 매일 부러 나오고 있어요. 길목에 있는 투썸인데 넓은 책상이 공부하기 좋아요. 지금은 저녁 7시 반이고, 언니한테 인터뷰 질문지를 받자마자 작성중이에요. 보고싶어 언니!        


Q3.

고개를 돌려 잠시 하늘을 봐볼까요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벌써 어둑어둑 해졌어요. 익산은 원래 노을이 이쁜데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네요. 온통 연한 남색으로 채워졌습니다. 아까 낮에는 적당히 바람이 불면서 따뜻했어요.      


Q4.

요즘의 기분을 날씨에 빗대 표현해본다면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깜깜하고 더운 여름의 새벽 4시 정도. 작년 말에 많이 우울했었어요. 이런 기분도 느낄 수 있구나 할 정도로.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었죠.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서 한밤중은 아니고 밤과 새벽의 중간. 많이 지나왔지만 아직 해 뜰 기미는 보이지 않는. 요즘도 혼자있으면 가끔 그때의 감정이 가슴에 스밀때가 있어요. 떨쳐내고 싶은데 익숙해진건지 쉽지 않네요.     


Q5.

오늘 했던 생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생각을 찾아 이곳에 풀어본다면?     

한달도 남지 않은 시험준비를 오늘 처음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공부해서 재밌었다는 것?     


Q6.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저마다 다른 사랑()의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가족형제친구연인처럼 대상도 제각각이고 애증정렬헌신등 담고 있는 감정도 달라요인생에서 당신이 꼭 경험해보고 싶은 사랑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걸까요잠시 생각해보고 그 이유와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주세요.     

- 남녀관계에서 유독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아요. 연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헌신하고 희생하고, 그러면서도 행복한 사랑 해보고 싶어요. 바쁘다고 하면 기다리고, 보고싶다고 하면 당장 할 일이 있어도 내팽개치고 보러가는 그런 사랑이요.        


Q7.

내 인생의 전체나 한 부분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제목과 장르로 만들고 싶나요왜 그런지꼭 넣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이번 겨울과 봄에 영화를 많이 봤어요. 그리고 최근 영상편집을 시작했는데, 이런 질문이 있는게 신기하네요. 아니 영화를 좋아하는 언니를 생각하면 당연한 질문일까요? 

제가 만드는 영화는 저의 인생이 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평소 취향은 우선 롱테이크 기법으로 찍는거에요. 수수하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는, 그러면서도 가끔 드라마틱한 사건이 찾아오는 보통의 삶을 닮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가벼운 브이로그와 무거운 연극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영화요. 근데 엊그제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를 봤더니, 특이한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인간의 정신에 관한...‘이터널 선샤인’, ‘존 말코비치 되기’, ‘시계태엽 오렌지’ 같은 영화요. 두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하나는 한 사람에 대해 갖게 된 나쁜 기억이나 생각을 지워주는 이야기에요. 어쩔 수 없이 계속 봐야하는 관계면 차라리 기억을 지워서 내면의 고통을 줄여주는 거죠. 두 번째는 기억 속 쾌락의 순간을 증강현실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에요. 과거에 너무 좋았던 기분이나 감각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거죠. 현실에서는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서는 번거롭고 귀찮은 과정이 필요하며 때로는 불가능 해요. 짧게 15분 정도 체험하는 기술을 만들면 아마 대박나겠죠? 물론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영화에는 약간의 교훈적 의미가 담겨야 겠지만요.      


Q8.

특별하게 여기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물건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해주세요.     

-          

Q9.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중 가장 예민한 곳을 순서대로 꼽자면?

(ex. 시각 후각 … )     

시각 -> 청각 -> 촉각 -> 미각 -> 후각

          

Q10.

어린 시절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Q11.

'우리의 힘은 우리의 약점에서 자라난다그래서 위대한 사람은 언제나 자진해서 낮은 자리에 서려 한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쓴 <자기 신뢰>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요스스로 생각하는 약점이 있다면?     

- 인간관계에서 받는 상처에 취약해요. 훌훌 털고 할 일 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언니의 질문지에 따르면 아마도 이런 점이 제가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바탕이 되겠죠.     


Q12.

오랫동안 이어져 온 버릇이 있나요?     

미루기요. 벼락치기를 하도 해서 이제는 해야할 것이 생기면 미리 각을 재놓고 놀다가 벼락치기를 해요. 12시까지인 과제가 있으면 ‘두시간 이면 되겠다.’ 생각해놓고 10시에 시작하는 식입니다.      


Q13.

현재 어떤 디자인과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지 궁금해요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차림이 있나요?     

검정색의 옷을 입고있어요.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태가 나는 옷을 좋아해요.          


Q14.

이루어지지 않을 지라도대통령에 출마한다면 가장 먼저 내세우고 싶은 공약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요. 인간의 삶은 태어나면서 거의 다 정해지는 것 같아요. 외모, 지능, 가정형편 등등. 금수저를 과시하는 문화가 좋게 보이지 않아요. 타고난 것들을 최우선으로 찬양하는 것도요. 노력하면 그래도 희망이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Q15.

내 인생의 BGM을 한 곡만 꼽자면그 이유와 주로 어떤 때 그 노래를 듣는 지 궁금해요.     

- 아이유 – 이 지금

시험 기간에 한 숨 자고 일어나서 새벽에 공부하러 갈 때 많이 들었어요. 뭔가 먼 미래나 거창한 성공을 생각하고 달리다 보면 빨리 지치고 공허해지는 것 같아요. 그냥 오늘 하루 알차게, 나 스스로에게 뿌듯하게 공부하자고 생각하면 조금 즐거워져요. 부담감도 사라지고요.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 하루 이 지금 우리’가 중요한 거죠.     


Q16. 특별 질문

마법처럼 추억 속의 한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군가요만나서 무얼 하고 싶나요?

정말 신기한게 엊그제 마법처럼 추억 속의 사람을 만났어요. 우연히 마주친건 아니지만요. 새벽에 그 사람이랑 공원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영화 ‘페르소나’의 ‘밤을 걷다’가 떠올랐어요. 항상 문득 생각나던 사람이었는데, 최근 3개월에는 정말 보고싶은 거에요. 코로나 때문에 혼자있을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가? 어떻게 사는 지도 궁금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그날 만나서 다 했어요. 내 안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Q17.

마지막은 반대로 인터뷰어에게 보내는 질문입니다제게 묻고 싶은 질문 하나를 작성해주세요이번엔 제가 정성껏 답해볼게요.     

q.언니는 우울할 때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요.           

r. 다른 곳으로 정신을 팔기 위해 노력해요. 웃긴 예능을 찾아보고 시덥잖은 SNS을 계속 봐요. 그러다 너무 힘들면 잠을 자려고 노력합니다. 결국은 온몸으로 우울감을 느끼며 실패하지만요. 아직도 우울할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최근에 아이유가 방송에서 한 말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 기분 오래 가지 않아, 내가 오분만에 바꿀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한다구요. 이제 저도 그래보려구요.


⟪ 인터뷰를 끝낸 시각 : 2020년. 5 월. 27 일. 오후  9시 14분. ⟫

(5월 26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해서 5월 27일 오후 9시 14분에 마침.)     


모두를 반하게 만들던 그림에 시간이 깃든다. 통통 튀던 색들이 수채화처럼 연하게 번져간다. 색은 연해졌지만 분명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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