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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Feb 14. 2024

퇴사를 준비하며(3)

결국, 성은 우 씨, 일름은 울증이란 친구를 사귀다.

나는 그러지 않는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온갖 행패와 온갖 술주정을 하며 가족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둬서, 나는 저런 알코올중독자 같은 사람과 앞으로는 연을 맺지 않을 거라 피가 날 정도로 혀를 깨물고 악을 쓰며 노력하던 나였다.


술을 마시면 잠을 그냥 자버리거나 그냥 흔히들 하는 정도의 술주정을 하고 그냥 잠들고 일어나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흑역사를 기억하며 아... 이불차기 백만 번 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변했다고 느낀 상황이 그때가 남자친구가 당시 전여자친구와 연락을 한다는 일이 발각되어 내가 엄청 상처를 받은 날이었고 며칠을 토를 하듯 매서운 말을 내 퍼붓고, 폭음을 하고 머릿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온갖 난동을 다 피우는 거다.


집 근처에 야트막한 밤산이 있는데 거기 올라가서 온몸을 밤송이 밭에다 굴러가며 소리 지르기, 욕하고 때리고 죽을 거라고 협박하고, 다음날 온몸에 가시가 잔뜩 박힌채 피가 줄줄 흐르고 병원에서 가시를 뽑고 뭐 이런 가시가 박히냐고 볼멘 소리를 들을정도로. 그정도로 맨 나도 날 어쩌지 못할 정도로 막 폭언과 폭행과 온갖. 누가 보면 마음과 정신에 감기 온 사람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로 그런 정도로 내가 날 괴롭히고 주변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매일 출퇴근길을 태워다 주는 남자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은 한 가득이었지만 술이란 녀석이 들어가면 이상하게도 그 회사에서 억눌려있던 그런 마음들과 남자친구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혼합되어 결국은 당시 만만했던 남자친구에게 퍼붓고 스트레스를 풀고.


내가 요즘 이야기하는 MPTI에 E타입을 가진것도 아니고 사실은 극 I인 사람이라, 조금 회사에서 서운하거나 맘에 들지 않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점점점점 마음을 갉아먹어가기 시작하고 결국은 나도 모르게 뻥!!!!!!!!!!!! 하고 터지거나, 뭐 이런 중대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이게 한번 두 번이 아니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아. 내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온몸이 푹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일요일 밤만 되면 내일 아침 출근할 생각에 잠이 못잘정도로 두려움이 몰려오고, 몸을 그렇게 망가트리고 나서야 아. 내가 정말 요즘 우울증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데, 퇴근하고나서 다음날 아침 출근할 생각을 하면 온 세상이 깜깜해진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온갖 두려움과 상념이 날 사로잡는데 난 그럴때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 두마리를 보며 그래, 니네들 앞세우고 누나가 따라가야지. 어떻게 하겠냐. 남은여생 너네들 입주댕이에 맛난거 좋은거 퍼넣어주고 그렇게 하다 니네들 죽고 나면 누나도 따라갈거야.  하며 몇번을 혼잣말 해봤다.


가끔은 남자친구에게 강아지 두마리 세상 떠나고 나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며 넌지시 이야기 해본적도 있다. 그냥 남자친구는 그냥 들어주기만 하지만. 세상 그런 온갖 날벼락을 당하고도 옆을 지켜주는 남자친구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


내가 본격 퇴사를 결심한건 이거 때문이다. 내 우울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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