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나는 '정직'이 즐겁지 않다.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by 투워즈

천성이 정직한 사람이 있다. 정직함을 지키는 것이 즐거운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명백하게 느꼈다.


나는 정직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정직이 즐겁지 않다. 즐겁지 않은 정직함을 이뤄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는 무슨 자랑글처럼 보일 수 있다. '너 잘났다'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쓰지 않으면, 이 글을 통해 나의 다짐을 공식화하지 않으면 정직하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될 것 같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여느 사회 구성원들처럼 나 역시 초등학교, 아니 더 어려서부터 정직함을 요구받았다. 인생에서 부모님께 맞았던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그 두 번 모두 '거짓' 때문이었다. 한 번은 동네 형과 함께 동네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쳐먹다가 걸려서 어머니께 맞았고 (슈퍼사장님께도 찾아가 사과하고 변상했다), 다른 한 번은 누나 인형을 내 것이라고 우기기 위해 너무 뻔한 거짓말을 하다가 아버지께 맞았다. (누나에게 사과하고 인형을 돌려주었다.)


이후로는 거짓말로 인해 맞아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늘 정직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회가 용인하는 틀(소위 관행) 내에서 부정직을 행했고, 때로는 누구도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나만의 어떤 합리화를 통해 사회 규범을 교묘히 벗어나는 거짓을 행했다.

물론 정직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정직함을 요구받는 중요한 순간에 나는 단번에 정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정직했던 순간들마저도 나는 부정직함과 거짓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었다가, 이내 뒤돌아 정직함을 '되'찾는 식으로 정직함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례1. 육아휴직 중 허용된 초과수익(50만원)을 반환하기로 결정함.

육아휴직 기간에는 월 150만원 이상의 수익을 받으면 안된다. (수익상한 외에도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안되는 등 지원금을 수급하기 위한 몇몇 조건이 더 있다.) 육아휴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을 하시는 지인 분의 일을, 고용관계없이, 비공식적으로 서포트하게 되었다. 한 번은 미팅을 위해 그 분을 뵈었는데, 가방에서 현금 약 200만원을 사례금으로 주시겠다고 했다. 내가 휴직급여를 받고 있는 것을 알고 계셨다 보니 수익에 잡히지 않도록 현금으로 주신 것이다. 고민했다. 돈을 받아도 되는지. 그리고 나는 도로에 서서 단번에 거절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그 돈을 받았다. 지하철로 돌아오며 다시 고민했다. 그리고 법이 정한 수익의 초과 금액을 그 분께 돌려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집에 도착하여 이 결심을 아내에게 공유한 후, 145만원을 남긴 채, 50만원은 계좌로 '되'돌려 드렸다.



사례2. 미국 취업 후, 해외취업정착지원금 200만원을 반환하기로 결정함.

2018년 미국에 취업했다. 첫 출근일은 2018년 3월 12일(월)이었다.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KOTRA로부터 '해외취업정착지원금 사업'을 확대하여 운영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2018년 3월 15일(목) 이후 취업자부터는 400만원을 지원하고, 2018년 3월 15일(목) 이전 취업자에게는 2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준에 따르면, 나의 경우는 단 3일의 입사일 차이로 200만원을 놓치게 된 것이다.
(내 생활은 전혀 넉넉지 못했다. 미국으로 이직한 초기에는 월 렌트비 등을 제하면 월급에서 한 푼도 남지 않는 빠듯한 생활을 했다. 어느정도였냐하면, 매주 한인교회 소그룹 사람들과 식당에서 함께 식사 교제를 했는데, 당시 15~20불 정도의 식비가 너무 부담이 되어서 혼자 단백질쉐이크를 가져가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할 때 나 혼자 뻘쭘하게 쉐이크로 끼니를 떼울 정도였다. 때문에 이렇게 놓치게 될 200만원은 나에게 너무나 큰 돈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거짓을 행하기로. 그리고 대표님을 찾아가 입사일자를 한 주만 미뤄서 2018년 3월 19일(월)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달라고 했다. 대표님은 사정을 이해하시고 나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나는 그렇게 정정된 근로계약서를 코트라 LA무역관으로 제출했다. 200만원을 더받을 생각에 기뻤다.

그러나 다음날 토요일 새벽, 교회를 찾아 기도를 하는 도중 마음에 찔림이 있었다. 내가 믿는 신이 나를 질책하는 것 같았다. "나를 이 정도 밖에 믿지 못하니?", "내가 너의 삶에 200만원이 없어 굶어죽게 할, 고작 그 정도의 신이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요. 제 믿음이 이것밖에 되지 않았네요. 월요일에 출근해서 정정할게요."


그리고 정직함을 '되'찾았다. 월요일 출근과 함께 대표님을 찾아가 제가 잘못했다고, 다시 원래 입사일대로 근로계약서 등 제출 서류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코트라 LA무역관에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사실 2018년 3월 12일에 입사했는데 욕심이 나서 서류를 잘못 작성했다고, 다시 제대로 된 서류를 보낸다고 실토했다. 담당자는 정직을 선택한 나의 결정이 '멋지다'며 칭찬해 주었다. 이렇게 200만원을 포기하고, 나는 정직을 '되'찾았다.





사례3. 얼마 전 중고차 개인간 거래 시, 매매대금을 제대로 고쳐 제출함.

집 근처에 공유오피스에 있다가, 사정상 분당 정자동으로 오피스를 이동하게 되었다. 때문에 기존에 아내와 함께 이용하던 차량을 더 이상 내가 타고 다니기 어렵게 되었다. 사무실 이동만을 위해 저렴한 중고차를 한 대 샀다. 값싼 중고차를 찾다보니 당근에서 개인간 거래를 하게 되었는데, 판매자 분 사정상 직접 만나 이전하는게 어렵고, 자동차 양도에 필요한 자료들을 판매자 분이 차량에 먼저 넣어놓은 후, 내가 차 상태를 확인하고 돈을 보낸 후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최종 거래 금액은 195만원이었다. 그러나 판매자가 미리 준비해준 이전 서류에는 거래대금이 100만원으로 되어 있었다. 개인 간 거래에서 매매대금을 낮춰 쓰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법이 허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래대금을 낮춰잡아 취득세를 덜 낸다. (이것이 일종의 개인간 거래 시의 장점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 뭐 계약서는 내가 작성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이대로 진행하지 뭐." 마음 속에서는 또 다시 이익을 얻기 위한 합리화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홀로 자동차등록사업소를 찾았다. 첫 관문 '매매 이전신청' 서류 작성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취득세 산정을 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나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100만원에 매매한거 맞으시죠?" 아. 이렇게 정곡을 찌르다니..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될 것 같아 나는 서둘러 대답했다. "네, 맞아요." 나는 거래대금이 100만원이 맞다는 이 씩씩한 대답을 통해, 판매자에게 미뤄왔던 '거짓'의 책임을 나의 '거짓'으로 공식화했다.

그렇게 담당자가 취득세를 산정하고 있는데, 마음 속에 계속 불편함이 있었다. 브런치의 첫 번째 글에서 '정직'하기로 다짐했던 글의 내용도 떠올랐다. "으.. 거짓을 정정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체면이고 뭐고 그냥 담당자에게 말했다. "죄송한데, 매매대금이 100만원이 아니예요. 195만원에 거래했는데, 판매자가 준 계약서에 100만원으로 되어 있어서 그냥 100만원으로 말씀드렸어요. 죄송해요.' 한참 취득세 관련 서류 작업을 하던 담당자는 나를 잠깐 보더니 계약서류 수정을 위해서는 판매자 인감도장이 있어야 하는데 인감도장이 있는지 물었다. 판매자 인감도장은 없다고 했다. 결국 기존 계약서에 있던 100만원에 "+95만원"을 더 붙이기로 하고 정직한 매매대금 195만원을 되찾았다. 이전비용은 약 7.7%인 것을 감안하면 약 7만원의 세금을 더 낸 것이다. 이렇게 나는 이번에도, 첫 시도는 부정직과 거짓이었지만, 다시금 정직을 '되'찾았다.


이렇게 잃어버린 정직을 '되'찾았다.


사례4. 실업급여 일부(약 100만원?)를 포기하기로 결정함.

나는 이 글을 적음으로써 이번에도 정직을 '되'찾기로 다짐한다. 바로 어제였다. 사업을 하시는 지인으로부터 AI Agent를 활용한 자동화 업무를 하나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내용을 들어보니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업무 외에도 어떤 문서 작성 업무를 요청해주셨다. 나는 각각의 비용을 산정해서 제안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으면 좋았으련만, 나의 이 '거짓됨'은 여기서도 발동되었다. "형님, 그런데 제가 이제 곧 실업급여를 받게 되어서 소득이 잡히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비용은 바로 지급하지 마시고, 나중에 수급기간 마치고 천천히 주세요."


아, 어쩌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직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거짓을 청탁하고 있을까? 그래, 나도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약간의 편법을 동원하여 실업급여를 보전하면서도 부가적인 수익활동을 한다. '아니, 다른 사람 돈을 훔쳐가는 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인데 뭐 어때?', '지원금은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야지'라는 목소리는, 굳이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하지 않더라도, 나의 가장 가까운 곳 바로 내 마음 속에서 들리는 소리다.


그러나 이게 정말 맞나? 이것은 내가 정직을 즐거워하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이 정도는 괜찮다고 인정해주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류의 정직을 강요할 생각이 없고, 또 설령 내 지인이 이렇게 지원금을 받았었다고 해서 그걸 교정할 마음도 없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의 기준말고, 사회적 관행 여부를 논하는거 말고,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이러한 부정직함을 용인하는게 맞나?

그렇지 않다. 이 글을 쓰고 나서, 나는 지인 대표님과 다시 소통하여 정직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업무가 성사되어 수익을 얻게 된다면 나는 그 수익을 정직하게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여, 비록 즐겁지 않지만 옳다고 믿는 정직을 지켜낼 것이다.




"제 사장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저는 그런 바보같은 사장이랑은 일 안할거예요."


두번째 사례로 소개한 '해외취업정착지원금 200만원'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후, 직장 동료에게 들었던 얘기다. 나는 내 동료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이번처럼 '때론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을 우선에 두고 사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말에, 나의 동료는 위와 같이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고맙다. 맘에 없는 칭찬으로 내 도덕적인 만족감을 채워주는 대신, 동료가 생각하는 진짜 얘기, 반응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나의 길이 더 선명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이렇게 정직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조금의 뿌듯함이 없진 않지만, 솔직히 하나도 즐겁지 않다. 또 이번에 이렇게 되찾은 정직을 다음의 어떤 순간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나 '정직함의 훈련'이야말로 내가 지속적으로 해야만 하는 훈련이라는 사실은 잘 알겠다. 바보 같은 정직을 붙잡는 사업가. 때론 즐겁지 않지만 마침내 옳은 길을 가는 사업가, 그것이 내가 붙잡아야 할, 그리고 우직히 걸어가야할 길이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2025년 7월 1일(화), 7월 2일(수) 일과를 공유합니다.

-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함께 180일간 성경일독을 하기로 했습니다. 모임 리더분께서 30분 정도 소요될거라고 했는데, 첫째날(7/1)에는 창세기 여덟 장을 읽고 관련된 포스팅을 적고, 또 궁금한 내용에 관해 교구목사님과 통화를 나누었더니 거의 3~4시간이 지났습니다. n8n 등 학습 시간을 점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에 어울리고 필요한 고민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돌아보는 것, 나의 신앙이 종교생활로 그치지 않고 믿음대로 사는 것으로 조금씩이라도 옮겨지는 생활, 그것이 저의 두번째 사업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아내가 너무 듣고 싶은 수업이 있다며 카톡을 해왔습니다. 최근 아내의 관심사인 브랜딩과 공간기획에 대한 강의입니다. 오프라인 강의인데 집에서 한참 떨어진 서울 동대문에서 열리는 강의입니다. 강의시간도 저녁 7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이고, 1회차에는 강의 이후 2차도 간다고 합니다. 아내는 강의 내용은 너무 듣고 싶지만 강의 신청까지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 남편이 나서야죠! 이런 남편이 되려고 몇 주간 '아바스쿨(아버지학교)'도 수강한거 아니겠습니까? 아내는 '다음 단계로 뚫고 나아가기 위한 움틈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강의가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주도적으로 강의를 신청 및 결제하였고, 2차 모임까지 충분히 누리고 안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강의실 바로 근처에 호텔을 잡아 저와 딸 아이가 함께 동대문으로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어제(7/2, 수) 강의 신청과 숙소 예약을 했는데, 바로 오늘(7/3, 목) 강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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