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좋은 여행이란 무엇인가 (번외)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by 투워즈

지난 3~4화에서 '좋은 여행'에 대해 기록했다. '좋은 여행'의 세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일상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둘째, 그저 그런 경험으로는 결코 좋은 여행을 만들 수 없다.
셋째, 세 명의 가족 구성원 각각이 '오로지 자기만 고려하는 일정'을 확보하고, 그때만큼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3~4화 글을 읽은 '24년 지기' 친구이자, 브런치 구독자인 '새별'님이 댓글을 남겼다. 내가 좋지 않은 여행의 사례로 언급했던 평창 여행은 어떤 부분에서 좋지 않은 여행이 된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친구의 질문 덕에, 왜 이번 평창 여행이 우리에게 있어 좋은 여행이 아니었는지에 관하여 이번 글에서 추가로 다루게 되었다.



이번 평창 여행은 왜 '좋지 않은 여행'이었을까?

좋은 여행을 위한 세 가지 요소의 관점에서 지난 평창 여행을 살펴보자.


첫째, 일상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이 부재한 여행이었다.

우선 지금 시즌의 평창에는, 특히나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매우 매우 없었다. 휘닉스 호텔에 묵었는데, 호텔로 가는 과정에서도 거의 사람들을 보지 못했고 리셉션에서 체크인 후 방까지 이동하는 동안 단 한 명의 직원을 마주쳤을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환경이 낯설고 익숙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상호 작용이랄 것이 전혀 없었다. 건물, 공간, 사람과의 상호작용이야말로 여행에서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요소일 텐데, 이러한 상호작용이 부재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대부분이 그저 그런 경험으로 채워졌다.

국내여행으로, 한 곳에서만 3박 4일을 머문다면 결코 짧은 여행 기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여행을 채웠던 요소요소들에 '와, 정말 좋다.'라는 탄식이 나오는 곳은 거의 없었다. 놀이가 되었든, 식사가 되었든, 어떤 멋진 공간이 되었든, 특별한 사람과의 만남이 되었든, 대부분의 경험이 일상 속에서도 크게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경험들이었다.

일례로 내가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은 '워터파크'였다. 호텔과 워터파크가 같은 단지 내 위치하고, 워터파크에는 25개월 된 딸도 함께 놀만한 키즈 풀도 있었기 때문에, 마음껏 물놀이를 하고 숙소에서 쉬고, 다시 물놀이를 하는 등으로 실컷 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기대한 것은 '실내놀이터'였다. 휘닉스 호텔에는 '상상놀이터'라는 이름의 대형 에어바운서 놀이터가 있다. 25개월 딸에게는 막 뛰어놀만한 공간이 아닐 수는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스케일의 에어바운서이다 보니 여기서도 꽤 많은 시간을 놀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첫날도 가고, 둘째 날도 가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2025-06-25_22-23-06.png @blessing 님의 <빠워J 엄마와 아이의 세상 나들이 블로그>에서 발췌

그러나 첫째 날 막상 '상상놀이터'를 가보니 25개월 딸에게는 다소 버거운 곳이었다. 작은 미끄럼틀을 몇 번 타고 엄마, 아빠와 열심히 뛰어다니기를 몇 번 하더니 이내 복도로 내려가 자판기 등에 관심을 보였다. 결국 이용시간 2시간 중에서 약 30~40분 정도를 놀고 나왔다. (이후로는 다시 가지 않았다.)

기대했던 워터파크의 경우에도 비수기 시즌 평일이라서 그런지, 야외수영장은 오픈하지 않았고 워터파크의 활력을 불어넣는 대형 슬라이드들도 전혀 운영을 하지 않았다. 유아풀과 유수풀만 오가며 놀았고, 그래도 수영장이다 보니 재미는 있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워터파크라면 어린이집 하원하고 하남 스타필드 아쿠아필드를 가는 편이 더 낫겠다 싶은 수준이었다.

숙소와 조식의 경우에도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그런 수준이었고, 숙소와 조식이 별로라면 주변 공간에 정말 맛집, 멋진 공간의 카페 등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마저도 찾지 못했다.

결론적으로는 여행 내내 했던 경험들에, '와 정말 좋았다'라고 할 만한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이번 여행을 '좋은 여행'으로 기억하지 못하게끔 하는 듯하다.


셋째, 각자가 충분히 설렐만한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우선 주변에 너무 할 게 없었기도 했고 방도 1개인 호텔을 이용했다 보니, 딸의 낮잠 시간 또는 저녁시간에도 아내와 나는 그저 누워있거나 폰을 보는 것 밖에는 할 게 없었다. (휘닉스 호텔이 아닌, 휘닉스 리조트였다면 같은 가격으로 방과 거실이 나뉘어 있는 곳을 예약할 수 있었을 테고, 그랬더라면 아이가 자는 동안 아내와 함께 밀린 대화들이나 실컷 했을 것 같다.)

아내가 설렐만한 공간과 시간이 없었다. 나도 그랬고, 아이도 그랬다. 나의 경우, 최근 계속 새벽에 일어났다 보니, 새벽마다 잠이 깨서, 하루는 로비에서 책을 읽고, 또 하루는 로비에서 글쓰기를 했다. 이렇게 나름의 혼자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시간을 그냥 죽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름의 노력을 한 것이지, 정말 설렌 공간과 시간을 보내며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종합해 보면 우리 가족은, 일상 속에서 대체할 수 없는 좋은 무언가(장소, 경험 등)가 있어야 좋은 여행이라고 느낀다. 또한 기본적으로 아내와 나, 딸이 지닌 각각의 니즈를 충족하고 설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만한 충분히 다양한 인프라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점차 우리 가족의 '좋은 여행'을 알아가고, 다음 여행은 지난 여행보다 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6월 24일(화)의 일과 공유

- 이 날은 8시 30분경에 딸아이를 재우러 침실로 가서, 나도 함께 잠들었다.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었으나 그만큼 저녁시간이 없어져서, 아내와 하루를 정리하는 대화를 하지 못하는 등 중요한 시간들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딸의 취침시간에 함께 잠자리에 들어 충분히 수면을 하면서도, 중요한 시간들은 다른 일과 시간을 통해 채울 수 있도록 보완해야겠다.


- 거의 2~3주 만에 한 아내와의 데이트는 매우 좋았다. 판교의 카페(올덴그레이)에서 브런치를 먹고 탄천을 거닐었다. 특별히 준비한 대화의 소재가 있던 것은 아니었고 2~3주 만에 제대로 하는 대화다 보니 다소 어색함이 있을까 싶었지만, 하나하나의 주제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며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 최근 글쓰기 시간에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는데 (1) 우선 글쓰기는 나만의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과 기준을 정리해 간다는 측면에서 너무 좋은 것 같다는 의견과, (2) 그럼에도 우선순위에 맞춰서, 학습을 우선적으로 하고 글쓰기는 그 이후로 미루는 것이 어떨지 제안해 주었다. 그 결과, 오늘(6/25)은 일과 시간에는 좀 더 학습에 집중하려 노력했고, 그 이후에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일과 중에 다 마치지 못해서 밤늦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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