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끝에 또 다른 터널이 있었다

영화, <세상 끝의 사랑>을 보고

by 하리하리

제 완독일기/야한 영화 일기 특성상 뇌리에 강렬히 남아 있는 페이지나 장면들을 거슬러 올라가 한 편의 글로 만듭니다. 일반적인 북 리뷰나 영화 리뷰와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보통의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철학적 메시지를 읽고 싶다면 저보다 더 똑똑한 분들의 리뷰를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늘 야한 영화 일기 시작합니다.


여기 한 여자 강사가 있습니다. 오래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시 한번 정교수 승진에서 물을 먹습니다. 이유는 하나. 가정 폭력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구타 당하는 여자 교수를 쓸 수 없다는 것이 학교의 궁색한 변명이었습니다. 그녀는 소위 말해 빡칩니다. 그 날 밤, 남편과 술자리를 갖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여자는 또 한 번 그 남자의 속을 긁습니다. 술을 먹고 폭발한 그 남자는 다시 한번 여자를 때립니다. 귀가한 딸은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의 술에 독극물을 탑니다. 엄마는 위대하다고 했던가요?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했다고 누명을 씌웁니다. (역시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결국 딸은 심신 미약으로 풀려나는 것으로 영화의 초반부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세상 끝의 사랑'입니다.


교수 일로 바빠 자신을 내팽겨친다고 생각하는 남편 그리고 그 남편과의 불화로 교수 사회에서 천대받는 부인 둘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방황하는 딸. 이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면 세상 끝이 있다면 여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애처롭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죽으며 두 모녀는 소위 말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극적으로 다시 올라옵니다. 여자는 불쌍한 여자로 인식되며 정교수가 됩니다. 동정표를 받은 셈이죠? 성취욕이 강한 여자는 정교수가 되었다고 자신을 내려놓지 않습니다. 주마가편이라고 달리는 말이 되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합니다. 그런 것이 주변 사람들을 외롭게 합니다. 죽은 남편도 그녀를 사랑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어색한 연기로 그 진정성이 오롯이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딸도 영화 말미에 엄마와 갈등하면서 "엄마는 사람들을 외롭게 한다"고 말합니다.


잠시 상처가 봉합되었을 뿐 완벽한 치료가 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두 모녀는 한 남자를 만납니다. 대리운전을 하며 어렵게 살지만 따뜻한 성품을 가진 남자 (보통의 드라마에서 이런 경우 남자가 사기꾼이지만, 다행히 사기꾼은 아녔습니다.) 여하튼 그 남자를 보고 여자는 첫눈에 반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한 집에 삽니다. 아, 중요 인물을 빼 먹었네요. 딸과 함께 셋이 삽니다. 분명 외형상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이들은 불안한 동거를 이어 갑니다.


여자가 바쁜 일정으로 딸을 남편에게 부탁합니다. 입시 학원을 다니는 줄 알았던 딸은 알고 보니 학원에 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남자와 딸 사이에 비밀이 생긴 거죠. 남자는 특유의 섬세함과 배려로 그 딸을 챙깁니다.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가족 파탄의 불씨가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상처가 많고 기댈 언덕이 없던 딸은 남자(남편이라 부르기에 그 여자아이는 남자를 한 번도 아빠라 부르지 않습니다.)를 사랑하게 됩니다. 아파서 온몸이 불덩이인 와중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그 딸의 고백이 위태롭게 들렸습니다. 그런 그녀는 결국 엄마에게 자신의 심적 고통 때문에 떠나겠다고 말합니다. 만약 여기서 그 딸이 유학을 갔다면 이 영화는 잔잔하게 끝났을 겁니다. 아무 문제 없이...


그 남자도 딸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와 시간을 더 보내기보다는 딸과 시간을 보냈고, 그 딸이 용기있게 그에게 먼저 다가왔고, 둘이 더 시간을 많이 보내니 정도 쌓였고, 그 정이 사랑으로 커 버렸습니다. 애석하게 모두가 환영하지 못하는 사랑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영화 말미에 나오는 러브씬은 야하기도 하지만, 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쌍화점 속 고려 황후와 왕을 지키는 무사 간의 사랑처럼 위태롭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섹스를 하는 동안만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나 이 잠깐의 쾌락과 평생의 괴로움을 맞바꾸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결말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영화로 보세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전작 <로드 무비>에서 위태로운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뤄지는 사랑도 소위 말해 금기의 사랑입니다. 알면서도 그 감정의 늪에 빠지면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사랑이란 게 그런 거 같아요. 세상 끝에서 나를 구원해 줄 거란 믿었던 사랑이 나를 또 다른 세상의 끝으로 밀어 버린 상황. 그 일련의 과정에서 느낄 삶의 허무함, 세 주인공 모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엔딩 크레딧을 보며 들었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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