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기업 인사팀 디스
오늘 글을 써 달라고 요청받은 주제는 '무능한 상사로 인해 퇴사 욕구가 뿜뿜 올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차마 그 글을 쓰지 못하겠더라구요. 왜냐하면 저 역시도 퇴사를 할 때, 스스로 돌이켜 보면 조직에서 무능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안정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그 시스템을 통해 일을 할당받고, 할당받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주임무입니다. 매달 고객사의 구매 데이터를 정리해 상부에 보고하는 것까지. 철저히 이미 계획되어 있는 일을 완벽히 수행하는 사람이 저희 조직 내에선 인정 받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지 못했던 거죠. 무엇이 잘났다 못났다를 따지려는 게 아니고. 그냥 달랐던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래서 나가면서도 다른 동기들이 너는 오히려 나가서 잘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준 것도 이것의 연장선상인 거 같기도 하구요.
물론 무능한 상사 분들로 인해 퇴사를 마음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침에 라면 먹으러 나가고, 근무 시간에 자리 이탈도 잦고, 보고만 받을 뿐 특별한 action이 없을 수도 있고. 뭐 부하 직원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 없습니다. 제가 오늘 고민할 주제는 과연 조직원들이 무능한 이유에 대한 고찰을 해 볼까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회사원으로서 무능하다는 것은 회사란 울타리 안에서 능력 발휘가 되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 것 같습니다. 회사를 위해 고민하는 것이 부족하고, 회사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경우겠죠? 보통 회사에서 조직원들을 뽑으면서 우리 회사의 발전에 이 친구가 역할을 할 거란 기대감을 가집니다. 그 기대감을 확인받기 위해 회사에선 지원자들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거죠. 그런 다면 평가를 토대로 이 사람은 우리 회사랑 어울리고, 분명 우리 회사에서 최대의 능력치를 낼 거라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퇴사한 사람들은 그런 회사의 기대를 배반한 사람들인 거죠ㅠㅠ
퇴사의 문제를 좀 더 원천적으로 짚어 올라가다 보면 우릴 뽑은 그대들이 잘못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취업난이란 사회 문제로 인해 취업 준비생들이 자신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우후죽순으로 회사에 지원을 하고, 그 회사들도 이 사람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로 사람을 뽑고. 뽑힌 우리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생각을 갖고 일해야 하는 회사란 조직에 염증을 느끼고.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회사에서 꽃을 피우기도 전에 퇴사란 선택을 하는 거 같습니다. 저 역시도 어찌 보면 그랬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대단한 창의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가 속해 있던 그 회사에서는 창의성이 극대화되기 어려운 구조였어요. 사실 창의성이란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뭔가 저의 머리로 새로운 판을 짜는 게 창의성이죠. 이 개념에 근거해서 회사란 조직을 보면 창의성을 꽃피우기 어렵죠. 이미 회사와 저의 동행은 어렵다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사람을 뽑는 일은 그 사람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거, 인정합니다. 그러나 뽑아 놓은 사람이 조직에서 행복할 수 있게 인사팀에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비즈니스 중 하나는 정말로 진실되게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저를 깊이있게 보고, 모든 사람을 깊이있게 바라보려고 매일 매일 노력합니다.
모든 이들이 자기가 맡은 일을 즐거워하고, 그 일을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는 그 날이 오기를 하리하리가 손꼽아 기도합니다. 제가 회사란 곳에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회사에선 무능했지만, 인생에선 유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