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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해석에 대한 엄연한 온도 차이

우리는 서로 다른 케미를 느끼고 있었다

by 하리하리

어느덧 퇴사한 지도 두어 달이 다 되갑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힘든 하루 하루를 열심히 넘기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개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하단 인사를 드립니다. 매일 열의를 다해 쓰는 퇴사일기도 19개째네요! 20개를 넘어 200개가 쌓일 때까지 쉬지 않고 글을 쓸 겁니다. 글이 가진 힘을 믿고, 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진지함도 생기니까요. 저는 무엇보다 글짓기를 사랑합니다♥ (esp. 항상 제 글에 제일 먼저 달려와 라이킷을 눌러 주는 윤주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오늘의 주제 시작해 보죠!


회사란 조직을 떠나 사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린다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우리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았고, 막말로 그 사람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만나는 인연이란 건 더더욱 심하죠? 우리가 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각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닙니다. 물론 회사가 이 조직에 이 친구가 들어가면 그 조직이 좀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그 발전이 회사 전체의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염두에 두고 배치를 하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개개인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애정있게 우리를 바라보지 않죠? 배경이야 어찌 됐든 우리는 팀에 배치받고 그 팀에서 보통 이미 업무를 하고 있는 선배 혹은 제 일을 도와줄 부사수와 케미를 발산하게 됩니다.

케미돋다.png

그런데 이 케미란 녀석. 이 단어만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이 가능한 단어도 없습니다. 제가 회사를 관두기 직전 고객사를 함께 맡아 주시던 대리 사수님이 계셨어요.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저는 그 분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것이 부하 직원의 도리라고도 생각했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마음을 나누면 제가 업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보완이 되지 않을까 이런 얍씰한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ㅋㅋ 그 분도 다행인 건 저처럼 글쓰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셨더라구요. 그런 공통점이 있다 보니 간혹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이 대화할 때가 있었습니다.

케미 아이오아이.jpg 출처: 아이오아이 둘의 케미를 또 볼 수 있을까...?ㅠㅠ

그렇게 나름 긍정적 대화와 에너지를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아 이 분과 내가 케미가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후에 알게 되었는데 그거는 저만의 착각이더라구요.. 퇴사를 하고 나서 내가 왜 그런 착각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로가 무게중심을 두는 부분이 달랐더라구요. 저는 업무가 아닌 비업무, 즉 그 사람과의 조화에만 너무 많은 비중을 두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 받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매력은 물론이거니와 업무 성과가 좋아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일이란 것은 저 혼자만이 모든 걸 떠안고 가는 게 아닙니다. 유관 부서와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회사 일에 흥미도 없고, 잘 하지 못했던 저는 매력 여부를 떠나서 그들에게 골칫덩어리였던 거죠. 그런 제가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리가 만무했습니다. 단, 간혹 가다 저와 같이 회사에 대해서 애정도 없고 좀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과의 진심어린 교류가 있었습니다.

케미.jpg 환상의 케미가 환장 유발 커플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시길 ㅋㅋㅋ

슬픈 이야기지만, 회사에서의 관계의 가장 기본은 업무였습니다. 업무 능력이 곧 회사 내에서 사람들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 업무부터 제가 원활히 하지 못하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사 바깥에서처럼 잘 형성이 되지 못했습니다. 업무도 병신이니 사람 자체를 병신으로 보는 듯한 그런 느낌...? 이제 회사를 나와서 그 안에서 낮게 평가받았던 부분이 장점이 될 수 있는 영역, 그것이 저에게는 글쓰기라 여겨졌고 그 글쓰기를 매일 엄청난 양을 해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겁니다. 그래서 퇴사 이후 사람들이 저를 볼 때, 매력 있게 느끼고 언제 어디서나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보고자 합니다. 응원해 주세요!

이제부터 만들 나의 케미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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