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업무에 얽힌 사연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난 인간군상
오늘 이태원의 사유란 카페에서 굿데이님(제 하리하리TV 애청자 중 1명이라고 하면 싫어하려나...?)이 대접해 주신 커피를 먹으면서 독서, 철학, 삶 등을 주제로 즐거운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모 물류 스타트업에서 운영 업무를 하시던 분께서 오늘 퇴사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 분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묻어나면서도 얼떨떨해 하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퇴사의 세계에 발을 들인 당신, 환영하고 그대의 길도 꽃길만 펼쳐지기를 간절히 응원합니다 :)
한 분 두 분 퇴사를 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오늘의 글을 시작해 보죠. 오늘 글은 LS엠트론에 최근 이직한 제 자기소개서 고객 친구의 신청으로 씁니다. 바로 "인수인계"입니다. 그 친구는 경력직이어서 이전 회사를 나갔던 경험이 있었죠.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부여받은 업무를 인계받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도 들어가자마자 긴급하게 인수인계를 받았던 적이 있고, 퇴사를 결정하면서 제 업무를 신입사원에게 넘기면서 인수인계를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입사하자마자 배치받은 팀에 아는 모 형이 있었어요. 그 형이 갑자기 퇴사를 하면서 그 형이 하던 업무를 고스란히 이어받았습니다. 원래 제가 해야 할 업무가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방향성이 바뀐 것입니다. 저희 회사는 구매 아웃소싱을 하는 곳으로 고객사의 소모성 자재를 대신 구매해 주고 배송까지 해 주는 데입니다. 그 구매 활동이 시스템으로 이뤄지면서 고객사에 맞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거든요. 그 일을 위해 사수 분에게 하나 둘씩 업무를 배우던 중, 갑자기 이 형이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는 이유로 퇴사를 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2주. 2주 안에 그 형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업무를 인계받아야 했습니다. 그 형은 당시 사원 3년차로 업무가 농익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맡았던 고객사는 규모가 엄청 커서 월 5억 어치의 자재 구매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오롯이 진행해야 했습니다. 상대해야 하는 고객도 엄청나게 많고, 그 고객들이랑 일일이 상대하면서 매월 마감을 해야 했습니다. 2주란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을 다 안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팀 내에서 제가 맡던 고객사의 비중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신입사원으로서 제가 맡은 책임은 컸습니다. 단기간의 업무 교육만으로 커버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했습니다.
처음에는 나에게 이런 큰 일을 맡긴 회사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갑자기 이직한 그 형의 태도도 싫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저도 정말 비슷한 상황에서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다만 그 형은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고, 맡은 일은 깔끔히 한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반면 저는 회사에서 천덕꾸러기였죠. 하지만 비슷한 연차에 제 밑에 신입사원이 막 들어왔고 거래 금액 자체도 이전 고객사에 못지않게 큰 고객사 업무를 인수인계 해 줬습니다. 다만 저는 그 형에 비해 1달 전에 퇴사를 공지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인수인계를 할 수 있었죠.
그러나 시간이 길고 짧고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이미 마음이 뜬 사람이 교육을 제대로 해 줄리가 만무했던 거 같아요. 도덕과 의리만으로 그런 복잡한 인수인계 교육을 시간을 들여 가며 해 주기가 쉽지 않더이다. 가끔 커피나 사 주면서 힘들죠? 라고 할 뿐 이었습니다. 제가 잘못했었죠.. 인수인계란 단어를 듣고 제 기억을 떠올려 보니 그랬습니다.
평생 직장이란 개념은 더 이상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기 위해 이직이란 답을 찾기도 합니다. 직장 내에서도 활발한 부서이동이 이뤄집니다. 새로운 부서로 가기 전, 당신들은 자신의 업무를 맡을 새로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합니다. 그런데 이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업무란 부딪혀 가면서 배우고, 욕먹어가면서 느는 거라고들 합니다. 남겨진 자들이 이 슬픔을 고스란히 안고 갑니다. 그 때, 많이 울던 ㅇㅇ아... 잘 지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