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대체할 무언가를 고민해 주기를 바랍니다.
6월의 시작입니다. 호국 영령의 넋을 기리는 달이다 보니 국립 묘지가 있는 동작역에선 관련 기념 전시회가 있더라구요. 퇴사자의 위엄을 살리며 오전에 유유히 전시 공간을 걸으며 작품들을 하나 하나 살폈습니다. 역시 여유있는 금요일입니다. 이번 달에도 초심을 잊지 않으며 열심히 퇴사일기를 쓰는 예비 스타 퇴사러, 하리하리가 될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의 글 시작합니다.
오늘 글 역시도 "하리하리의 현직자방"에 있는 맥주만원님의 신청에 기반해 써 봤습니다. 맥만아~ 전주에서 고생이 많다ㅜ 그 곳에서 너의 커리어가 한층 더 발전되기를...ㅠ
그 주제는 바로 "흡연"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저 역시도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였습니다. "잠깐 담배 한 대 필래?" 대부분의 상관 분들은 담배를 즐겨 피셨습니다. 흡연장에서 업무와 비업무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담배 피는 시간이 사무실에서 비공식적으로 허용된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공감 point)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허용된 휴식시간: 담배 타임(일명, 담타)/화장실 대변 타임(이 곳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마음껏 보거나 졸린 그대들이 가끔 이 곳에서 눈을 붙이는 거를 알고 있다)
참 웃기는 건 비흡연자인 남자 선배님이나 팀장님도 팀원들이 한데 몰려 가 담배를 피우러 가면 같이 따라 간다는 겁니다. 휴식을 위한 건지, 그 곳에서 나오는 정보가 유익하다고 판단되서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갑니다. 퇴사하고 돌이켜 보니 느끼는 거지만 그 자리 얘기들이 그닥 좋았던 기억이 없네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나 조직에 갖고 있는 애정이 높지 않아서 그랬던 거 같아요. 담배를 안 피는 분들이 "담배 한 대 피자"고 하면서 같이 내려갔을 때, 솔직히 속으로 큭큭댔습니다.
이 담배 타임이 저랑 맞지 않았던 건 특유의 마초적 문화에서 나온 기형적 휴식 시간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대개의 기업들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금의 규모를 일궜습니다. 세계인들은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 체계가 상명하달식이어야 합니다. 위에서 판단하고 이를 아래에서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거죠. 일종의 분업이고, 그 분업 체계가 생산성이 높단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되어 있으니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조직을 직장인이 되기 전에 경험할 수 있는데, 바로 군대입니다. 안타깝게도 군대를 대한민국 남성들만 경험하라고 법에 규정해 놓았고, 상명하달식 조직을 먼저 경험한 남자들이 조직의 리더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남자들이 만든 이 문화의 연장선상으로 담배 타임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는데, 흡연이 절대 나쁘다고 하는 글이 아닙니다. 흡연과 조직 혹은 업무는 별개로 구별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 거죠. 물론 담배 피는 것도 싫어하고, 업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제가 할 말일 지는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고민이 듭니다. 하지만 이 퇴사일기가 후에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한다면 제 소회를 떠나 직장인 전체를 아우르는 글이 되어야 한다는 이상한 신념(?)이 있으니까. 일반론적으로 볼 때에 흡연이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이 업무나 회사 조직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사회는 바뀌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만 변화되고 있는 조직은 재미없습니다. 톡톡 튀는 개성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아우르지도 못합니다. 담배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조직이 여전히 구태의연하다는 것을 알게 된 씁쓸한 오후입니다. 조직이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겠지만, 조직 아래에서 모두가 통일된 의식을 갖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빕니다. 그게 인사팀이나 조직문화란 간판을 걸고 있는 구성원들이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