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퇴사 2달 맞이 중간점검
6월이 되어서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졌습니다. 3월에 퇴사를 말한 뒤로 4월에 퇴사처리가 되었으니까 제가 회사와 연을 끊고 산 지 두세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오늘은 스스로가 그간의 삶을 잘 살아 왔는지 저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사실 제가 어제 되게 우울했어요. 왜 우울했나 고민을 해 봤죠. 어제 오랜만에 샤이니 10주년 앨범의 노래 '데리러 가'를 들었습니다. 4명이 된 샤이니를 보니 비어있는 1명이 유독 눈에 띄더라구요. #종현
샤이니 월드에 가입할 정도로 종현을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성시경의 푸른 밤 이후로 이동진의 푸른 밤까지 매일 밤 12시 라디오를 챙겨 들었습니다. 그 때, 알게 된 종현이의 깊은 속내를 듣고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어제 종현이의 힐링송들을 계속해서 듣다 보니 베르테르 증후군에 빠지는 듯한 착각에 들었습니다. 종현이도 그의 선택 배경을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위로하고 팬들을 생각하다 보니 자기 자신의 속내에 대해서는 챙기지 못한 게 아닐까 얘기들을 하죠. 물론 이 얘기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종현과는 정도가 다르지만, 제가 퇴사 이후 하고 싶은 일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던 일입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정말 많은 취준생들이 돈만 밝히는 데다가 그러면서 친구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변변히 긁어 주지도 못하는 선생님들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결국 나 혼자 방향 없이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면서 탈락이란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의 원인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글 쓰는 재능으로 아이들에게 가이드를 주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취업이란 이 목표가 대한민국 내 또래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다녀 본 사람들은 알잖아요? 취업하면 행복한가요? 아니잖아. 단지 매월 25일에 월급이 나오는 안정적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그 삶이 나에게 어른이란 딱지를 주니까. 그래서 가는 건데. 자신에 대해 돌아보지도 않고, 취업을 향해서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고 그렇게 취업을 하고 나면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삶이 나에게 다가올 거라는 걸 뻔히 아니까. 설사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 모두 마음 속엔 그런 속마음을 감추고 있단 걸 아니까. 그래서 제가 취업하기 전 친구들에게 힐링과 휴식을 주고 싶었습니다.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볼 힘을 기르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취업을 하고나서라도 삶의 주도권을 회사에 빼앗기지 않고 자존감 넘치는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두어 달을 신념 하나로 달려 가던 제가 고장이 났습니다. 어제 최종 합격을 한 친구가 둘이나 생겼어요. 서류도 많이들 붙고. 기분이 좋았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친구들이 성공적으로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된 친구들이 나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날 떠나면 나는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데..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두렵더라구요. 회사란 날 속박하는 공간에 있으면서는 글을 쓰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분출구요, 즐거움이었는데. 그 속박이 한꺼풀 벗겨지고 나니까 이런 어려움이 내 앞을 가로막네요..
간사한 게 뭔지 아세요? 그 와중에 떨어지고 탈락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위로를 해 주면서도 아.. 저 아이들이 아직 내 옆에 있구나.. 이런 안도감이 들었어요. 정말 이런 모순적 감정이 드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종현의 노래를 듣고, 4명이 된 샤이니의 인터뷰를 보고, 슬픔을 억누르는 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제 이런 감정이 교차되는 제가 싫었습니다.
그러니까 글이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아니, 머릿속에선 좋은 글감이 맴도는데 이걸 내뱉는 게 역겹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젯 밤 방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롯데 인턴 서류가 된 친구들을 위해, YES24 입사 후 포부 글을 완전히 Remodeling해 주기 위해 방송을 켰지만 도저히 글이 나오지 않더이다. 결국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 감정의 깊은 곳까지 끄집어내는 방송을 했습니다. 잘 한 짓인 줄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전자 기기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제 시청자들과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살짝쿵 어겼네요 ㅠㅠ 미안합니다. 대신 오늘은 어느 누구를 위한 글도 아니고, 날 위한 글이니까 봐주세요 ^^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전 잠시 아는 동생, 가연이의 도움으로 대성리에 같이 놀러 갑니다. MT를 떠납니다. 이 나이에 대성리에 갈 생각을 하니 겸연쩍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뭔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나마 제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채우는 시간을 갖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어차피 내일 오후부터 저는 다시 강의/코칭을 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그 때까지만 저의 응석을 조금만 받아 주세요. 그리고 미리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