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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Jan 21. 2019

겨울은 봄의 전초전

너와 나에게 이 겨울이 길지 않기를 바랄 뿐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윤동주 <소년> 中



원래 저 시를 보고 떠오른 감상의 팔할은 제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쓰려 했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내 눈에 아른거리는 취준생 친구들에게 바칩니다. 쓰다 보면 제 마음도 알게 모르게 투영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제 맘이 곧 취준생 마음과 비슷하거든요. 어떤 마음이냐구요? 오늘 글을 보시면 아마 대강 짐작은 되실 겁니다. 지금도 이 글을 보고 있는 취준생 친구들이 마음이 동한다면, 실컷 울고 다음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아니, 취준생이 아니더라도 지금도 막연한 내일을 보면서 한 걸음씩 내딛는 당신에게도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취준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열나게 쓰고 있습니다. 다들 최종 합격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자소설닷컴에만 봐도 (특히, 문과 졸업생들이 쓸 수 있는 직무) 기본적으로 다른 직무에 비해 압도적 지원자 수를 보입니다. 즉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뜻이지요. 그 틈바구니에서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이들은 소수고, 대다수는 애석하게도 서류부터 낙방을 합니다. (참고: SKT 마케팅 18년 하반기 지원자 수, 자소설 닷컴 참조 약 1,100명) 게다가 많은 취준생들이 정말 가고 싶어 하는 워너비 기업은 극히 소수라 그 소수의 기업, 소수의 TO 안에 들기 위해 지금부터 엄청난 준비들을 합니다. 사람이 심리상 엄청나게 input을 들이면 그에 상응하는 output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법이죠. 이쯤 준비했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애석하게도 생각보다 냉혹합니다. 서류합격의 기쁨이라도 누릴 수 있는 이들은 정말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해서는 안 되지요. 대학교를 나오고 다음 관문으로 거의 취업을 하며 사회인의 문턱을 밟기 때문입니다(물론 대학원을 선택하는 이들은 논외로 치겠습니다). 대학교까지 아닌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부모님의 지원을 받습니다. 사회인이 되어야 진정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이라는 결과를 쟁취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열과 성을 다해 취업을 하려고 애씁니다. 여러 기업들이 공채를 띄우고 그 중에서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경중을 두며 지원을 합니다. 그렇다고 덜 가고 싶은 기업이 눈에 보인다고 해서 우리가 그 곳을 지원하지 않느냐?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시련에 무릎을 꿇고 괴로워하는 그 순간에도 차순위에 두고 있던 기업들이 공채를 통해 지원자들을 모읍니다. 슬픔은 사치일 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기다립니다. 봄이 올 날을. 그 봄은 우리에게 영원한 따뜻함을 안겨 줄 거라 막연히 기대하지요(실상 봄을 맞이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게 됩니다). 취준생 여러분에게 봄날은 최종 합격이란 네 글자를 보는 순간일 겁니다. 저에게도 봄날은 언젠가 올 것임을 압니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도 지금이 겨울이라 하더라도 그간 살아 오는 내내 겨울이었을 리는 없습니다. 잠깐이나마 즐겼던 그 짧은 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고, 그 흐릿한 순간이 다시 한번 내 눈앞에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금의 겨울을 견뎌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너도 겨울을 잘 견뎌 내기를. 
그래서 봄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맞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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