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리하리 Feb 01. 2019

합격자소서를 믿어선 안 되는 이유

합격에 가깝게 만드는 것도 결국 나

곧 민족의 대명절, 설입니다. 이 매거진을 보는 친구들에게 설날은 무조건 유쾌한 시간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오픈되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자소서를 쓰느라 정신없는 hell time을 보낼 겁니다. 수료생들이야 그나마 자소서 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막학기를 앞두고 있는 취준생들은 수업도 들으면서 자소서를 쓰게 될 텐데요. 제 개인적 생각이지만 자소서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자소서를 미리 써 놔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참고할 만한 자소서가 없나 고민하는 것을 옆에서 많이 봐 왔습니다. 그럴 때, 일부 인기 카페들에서 자소서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여러분들을 현혹하는 '합격 자소서'라는 것을 이 때쯤 많이 뿌립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꼭 시간이 되면 이 합격 자소서에 대해서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까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날이 되었군요. 오늘은 여러분들이 왜 합격 자소서를 절대 믿으면 안 되는지 하나하나 짚어 드리겠습니다.


#1. '합격'이란 말이 최종인지 서류인지 알 길이 없다


언제나 경쟁의 칼날 위에 서 있는 여러분에게 합격한 자료를 쥐고 있다는 것은 큰 위안입니다. 그러나 그 합격이란 말에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서려 있습니다. 서류 합격만 한 자소서에도 우리는 합격이란 도장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합격은 최종 합격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깝게 최종 면접의 문턱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재도전할 때, 서류라도 면제해 주나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최종에서 떨어지면 필터링을 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입니다. 함부로 그것에 의지하고 단정짓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합격이란 글자만 보면 눈이 홰까닥 뒤집힙니다. 그 글의 완성도는 고려하지 않고 그 글의 flow나 structure를 무작정 따라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다고 여러분 글이 합격의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게 아니에요. 정신 차리시길 바랍니다. 기업 인사 담당자 분들은 여러분들의 진솔한 생각과 경험을 듣고 싶어하지, 뭔가 모범 답안을 상정하고 여러분 자소서를 보는 게 아니에요.


#2. 그 친구가 합격이란 글자를 받아드는 데 자소서만이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이건 사실 저도 말하는 겁니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외면하는 진실 같은 느낌인데요. 모든 합격은 절대로 어느 요소 하나만이 유달리 특출나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것을 정량 스펙과 정성 스펙으로 나눠서 설명드립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balance를 이루고 한데 어우러져서 서류를 넘어 면접에서 보고 싶다는 판단이 서야 부릅니다. 어제도 제가 아끼는 아이 중 1명이 최종합격을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기 친구 얘기를 하더라구요. "토익이 이미 만점인데 안 되는 이유를 자꾸 그런 정량 스펙에서 찾고, 이번엔 오픽을 최고 등급을 찍으려 한다." 물론 그런 행위가 본인의 grade를 높이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것 못지않게 자소서 역시 스펙의 일종으로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소서 안에 들어가는 경험은 정성 스펙, 즉 이 역시 스펙의 하나로 충분히 볼 수 있거든요. 뭐든지 조화로워야 합니다.


최근에 카페에서 발견한 합격자소서(현대자동차) 것도 내용을 일일이 까는 것도 가능하지만(그건 제가 방송에서 한 번 디스해 볼게요) 내용보다 이 글에서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자신이 공개한 학교/학과가 SKY 산업공학이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취준생 신분이었다면 합격자소서라는 글자만 보고 뒤에 학교가 어디인지까지 쳐다도 안 봤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이래요, 여러분. 합격 자소서가 도깨비 방망이가 절대 아닙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소서 1분 완성이라고 해서 괄호 안에 자기 경험을 집어넣으면 자소서가 완성된다는 말도 안 되는 포맷이 돌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죄송한 얘기인데, 이거 만든 사람 진짜 패고 싶습니다. 자소서도 글이에요. 글은 여러분들이 공부하던 시험 과목처럼 정오가 정확히 갈리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그 자소서를 쓸 당시에 느끼는 감정과 떠오르는 경험 그리고 그 경험 속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자소서는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생각을 많이 해야 돼요. 혹자는 제가 방송에서 라이브로 뚝딱뚝딱 글을 써 내려 가는 것을 보면서 별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런 경지까지 오기 위해 저는 회사에 다니면서 2년 동안 이 일을 병행해 왔습니다. 무수한 시행 착오를 거쳐 왔고, 그것이 지금의 퍼포먼스를 만들었습니다. 2년이란 시간을 들여서 자소서를 쓸 게 아니라면, 여러분들은 한 편 쓰실 때, 생각을 깊이 해야 해요. 그럴 시간이 없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기업들은 그렇게 야박하지 않습니다. 보통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을 주고 서류를 모집합니다. 미리 미리 계획을 세워서 접근한다면 무수한 기업들 자소서도 차분히 완성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 더! 모범 답안에 의지하지 마시고 그냥 여러분의 얘기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세요. 이래 쓰나 저래 쓰나 100%에 가까운 합격 가능성은 없습니다. 여러분들 스스로를 믿고 여러분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로 구성된 자소서가 가장 값어치 있음을 믿기를 바랍니다. 문의사항은 hori1017 카톡 주세요! 여러분 화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