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리하리 Feb 04. 2019

자소서 글자 수를 채우는 skill

채울려면 제대로 채우거나, 자신 없으면 멈춰라

연휴 한복판 잘 지나고 계신가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보면 설이 지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설을 쇠고 나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2019 상반기 공채 모집공고를 낼 게 뻔하니까요. 그리고 2주 뒤죠? 1월 초에 취준생들 대다수가 썼던 코레일 그리고 1월 말에 역시 많이 썼던 수자원공사, 주요 공기업 두 녀석이 NCS를 한날에 보니까요. 이제 취업 시즌이 피부로 와 닿습니다. 연휴에 카페를 들여다 보고 친구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데, 자주 제 눈에 띈 질문이 있어 팔로워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브런치를 켰습니다.

글자 수를 다 채워야 하나요?



저도 몇 년 간 이 쪽 일을 하면서 골때리는 글자 수를 제시하는 기업들을 많이 봤습니다. 딱 떠오르는 것만 봐도 3천자 정도를 채우라고 항목 틱 던지는 깡패 같은 기업, SPC(실제로 이번 주 일요일 마감인 SPC삼립 영업 인턴 공고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들부들...)랑 한 항목당 1500자짜리 4문항을 준 팔도, 주요 탑티어 중엔 대표적으로 문항 안에 여러 가지 까다로운 소질문들을 다수 배치하고 그걸 다 넣으라고 말하는 SK까지. 생각만 해도 뒷목을 잡게 만드는 기업의 List입니다. 하지만, 을인 우리는 속으로만 욕할 뿐 자소서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엄청난 글자 수 앞에서 우리는 좌절합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덜 좌절하셔도 되요.


#1. 첫째/둘째/셋째- 등으로 논거를 세분화하세요.


우리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이유가 한 가지더라도 그 이유를 촘촘하게 다시 살펴보면 이유 세분화가 가능합니다. 이유 세분화가 아니라면 메시지를 하나 잡고, 그 메시지와 딱 맞는 나의 경험 두 가지를 쓰는 거죠. 그러려면 더더욱 경험에 대한 디테일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그건 제가 바로 아래에 드리는 제가 쓴 경험 글을 참고하세요!


그리고 첫째/둘째/셋째와 같은 워딩을 쓰면 합법적으로 2자씩 글자가 채워진다는 것도 꿀팁입니다. (ㅋㅋㅋ)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이번에 롯데슈퍼에 들어간 친구의 팔도 자소서 중 한 항목을 보여 드립니다.




인생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었던 성취경험을 소개해주십시오. (1,500자 내외)

[성격을 바꾼다는 것, 혹독한 자기 혁신의 과정]

학창 시절에는 내성적 성격이 사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께 궁금한 것이 있어도 쉽게 질문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지만 이는 따로 책을 찾아보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여서 내성적 성격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맡은 발표를 망친 뒤 성격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발표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서 두려웠지만 제비 뽑기로 정한 규칙이라 따라야 했습니다. 팀원들이 밤을 새워 준비한 결과물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아 자료의 얼개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 난 뒤부터는 매일 시간을 내어 발표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 앞에 선 순간 눈앞이 아득했습니다. 게다가 이 발표를 학생들도 평가관이 되어 점수를 매기다 보니 더욱 긴장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속상했던 것은 준비한 내용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며칠을 자책하다가 성격을 바꾸며 스스로의 삶에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우선, 야구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원래 야구 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운동부인 만큼 활발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환경을 바꿔 제 성격의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경기하는 야구 리그, 연합 야구 캠프나 MT 등에 참가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사람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동아리에 재미도 붙이며 회장까지 역임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리더십까지 생겼습니다. 졸업 후에도 누군가 저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야구 동아리에서 팀원들과 동고동락했던 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둘째, 군대에서도 성격 개선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흔히들 의미 없이 보내는 군 생활을 저는 훈련소 조교가 되어 보냈습니다. 환경을 바꾼다고 해서 제 성격이 바로 바뀔 리 만무합니다. 처음 훈련병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가 있었는데 목소리는 큰데 허둥대는 제 모습을 감지했습니다. 이후, 소대장님께 면담 신청을 하며 ‘말더듬이 조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여쭤 보았습니다. 그 분이 저에게 제안한 해결책은 공부였습니다. 신병 훈련 프로그램을 훑어 보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를 훈련병에게 가르쳐야 하는 조교라면 낱말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결국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듣고 매일 밤 연등 신청을 해 프로그램 하나씩 숙지했습니다. 정확한 개념 탑재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이어졌고, 다른 일을 할 때에도 공부가 먼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위 글은 라이브 방송에서 진행된 '다시 쓴 자소서'라 혹시라도 후에 책으로 나올 때, 샘플로 나온다면 재편집할 겁니다.



이건 제가 방송을 통해서 친구들의 글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줬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1500자짜리 자소서입니다.


하지만 자기 경험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꺼리거나 심지어 내 손도 타기 싫을 수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제가 제안하는 건, 그냥 글자 수에 대한 집착을 버리란 겁니다. 친구들 글을 봤을 때, 글자 수를 꽉 채우기 위해서 자기 경험의 스토리 라인이 허물어지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거든요. 물론 너무 안 채우는 건 양심less 이지만 어느 정도(한 70% 정도)채웠는데 여기서 뭘 더 못하겠다! 그렇다면 거기서 stop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물론 제가 직접 그 글을 다시 보면 글자수도 딱 맞고, 이쁜 자소서가 나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요^^


더 궁금한 건 제 카페에 문의하거나 hori1017 카톡 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합격자소서를 믿어선 안 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