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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순간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곳

카페 다다랩에서 나는 때늦은 사춘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by 하리하리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잘 사는 법, 현재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 삶이란 누구의 시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사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자주 잊고 살았다.


변종모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中



퇴사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주변 회사원 친구들의 머리로는)참으로 어려운 선택이다. 그리고 매일 다른 글을 쓰고, 새로운 글감을 모은다. 책을 읽으며 세상을 간접 경험하고, 그것이 나의 글에 영감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이 독서란 버릇이 내 몸에 배인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굳이 독서가 아니더라도 나를 둘러싼 세상은 이야깃거리가 넘쳐났다. 요새 내 글에 제일 많은 정신적 자양분이 되어 주는 것들 중 한 곳이 있다. 카페 다다랩이다. 그리고 거기의 빛나는 사장님들.


그 곳의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하면 소위 말해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다. 현재를 가장 충실하고 아름답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알려 준다. 이 메시지를 작년 초에 들었다면 그렇게 크게 나를 흔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동안의 나는 누구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퇴사 역시 현재를 지극히 우선시하는 나의 선택이라고 여겨 왔으니까). 내가 아둥바둥 살아가는 현재는 결국 나의 빛나는 미래를 위한 준비 운동과도 같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물론 내가 살아 온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먼저 생각하면서 현재를 위하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는 나의 착각은 내 근간을 뒤흔들게 충분했다. 보통 내적 갈등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방황을 한다. 그래도 카페 다다랩이 있고, 정겨운 사장님들이 있어서 그 방황 역시 이 곳에서 하고 있다. 방황을 시작한 지 두어 달 정도 지났고, 조금씩 터널의 끝이 보이려고 한다. 조바심 대신 여유가 (부족하지만) 조금씩 생겼다. 다행인 일이다.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다다랩의 사장님이 갖고 있는 커피에 대한 철학도 있다. 카페 역시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면 들어가는 비용이 있고, 그 비용을 투자해 만들어지는 커피에 마진을 붙여 매출을 올려야 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거다. 그런데 이 사장님, 가만히 보면 자기가 갖고 있는 커피에 대한 신념을 손님들에게도 전파하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블렌딩에 대한 생각이 이 사장님이 갖고 있는 커피/카페에 대한 다름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사실 이 사장님에게 듣기 전까지만 해도 블렌딩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블렌딩을 통해 대개의 카페들이 추구하는 바는 '원가 절감'이다. 저렴한 원두와 비싼 원두를 적절한 배율로 섞은 뒤, 커피를 만들어도 어느 정도의 맛을 낼 수 있다(나도 이 곳에 오기 전까지 핸드드립 커피 안에 있는 깊고 오묘한, 그리고 여러 가지 맛을 느끼지 못했다). 다다랩에서는 좋은 원두의 부족한 맛을 메워 주기 위한 목적으로 블렌딩을 한다. 어떤 원두라도 세상의 모든 맛을 다 품고 있지는 못하니까. 다다랩은 블렌딩 하나에서도 자신들만의 완고한 맛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뭔가 사람들이 걸어가야 한다고 여기는 길과 다르다.




처음에는 구름을 걷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다다랩 사람들의 모습이 어느새 나에게도 동화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완벽히 그들과 하나가 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에게 그들의 모습이 스며들고 있다. 지금도 내 앞에서 각자의 예술을 하며 이 '현재'를 충실하고 빛나게 살아가려는 그들을 나만 좋아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현재 8주 코스로 다다랩에서는 커핑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 중입니다. 솔직히 다다랩의 커피 철학을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제가 애정하는 사람들이 꾸민 공간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커핑 마스터 클래스 외에도 취미반도 상시로 여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궁금한 건 이 계정에 DM으로 문의해 주세요. 커핑 클래스 첨부 파일도 올려 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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