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애>와 <투명한 미궁>로 본 '진짜 교감'
이름을 남긴 자에게는 반드시 드라마와 그에 걸맞는 해석이 주어지는 법이었다. 그 겉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그에게 무엇이 남을까.
모치즈키 료코 <대회화전> 中
이 문구를 보고 떠오른 영화와 책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 <비밀애>와 <투명한 미궁>이란 책입니다. 오늘 글의 중심에는 영화 <비밀애>를 두고 글을 써 내려가려고 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만 말씀드리면 남자 주인공인 유지태가 쌍둥이로 나옵니다. 형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형수와 형의 쌍둥이 동생이 금기의 사랑에 휘말리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리고 형이 깨면서 셋의 관계가 엉키기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똑같은 외형을 가진 두 사람과 삼각 관계에 빠지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있습니다. 현재 TvN에서 하는 '왕이 된 남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광대 하선과 사랑에 빠지는 중전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겉껍데기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겉껍데기는 순간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요인은 맞으나, 그 혹함이 지속성을 갖는 사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속알맹이 사이에 교감이 있어야 합니다. 즉, 당신이 상상했던 상대의 속알맹이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속알맹이와 맞아 떨어질 때, 그 둘 사이에서는 한 마디로 표현이 안 되는 동질감이 형성됩니다(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추론이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감히 사랑에 대해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이 사랑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보고 있는 여러 책 중 하나인 <투명한 미궁>에도 이와 유사한 에피소드가 나오더라구요. 베네치아에서 만난 여자를 잊지 못한 남자가 일본에 와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굳게 믿었지만, 알고 보니 그녀의 쌍둥이 여동생이었다는 것. 제가 이 남자였더라도 너무 충격일 것 같아요.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선택은 동생이었는데 이 책에서 남자는 원래 좋아했던 언니만이 자신의 사랑이었다고 말합니다.
영화 <비밀애>와 책 <투명한 미궁>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투명한 미궁에선 언니가 동생에게 교육을 시켰지만, 비밀애에선 동생과 형수의 사랑이 교통사고처럼 전개됩니다. 책 속에선 언니와 그 남자가 사랑에 빠지게 된 경위, 자신의 어떤 매력 포인트에 그 사람이 마음을 빼앗겼는지 등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동생은 언니의 모습을 재현합니다. 물론 그러다가 동생 역시 그 남자에게 사랑에 빠져 돌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 남자에게 그 동생은 동생이 아니라 언니였기 때문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합니다. 후에 쌍둥이임이 밝혀지고 나서도 그 남자는 동생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선을 긋죠. 그렇게 서로가 깊이 사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영화와는 큰 차이점이 이 지점인 거 같습니다.
영화와 책을 교차하며 간략히 소개하고 나서 진짜 사랑이란 뭔가 또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니다. 누군가의 겉껍데기만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죠. 지난 연애를 돌아봤을 때, 그나마 다행인 건 그렇지는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겉껍데기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그 겉껍데기가 빛나도록 광내고 닦아 왔으니까 말이죠. 그 사람의 겉껍데기에 순간적으로 눈길을 빼앗길 수는 있겠지만, 껍데기가 감싸고 있는 그 사람의 속알맹이를 생각해 보고 해석해 보면서 나와의 교점을 찾아가다 보면... 언젠가 당신과 나, 둘 모두가 사랑의 진미(眞味)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의 마음을 완벽하게(완벽에 가깝게) 이해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