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그 결정에 책임지는 어른이 되기를.
오랜만에 후배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타이밍도 공교롭게 그 친구는 오늘 퇴사하겠단 얘기를 회사에 하겠다고 하더이다. 그런데 관련해서 아버지가 자신과 얘기를 주말에 하자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얘기하다 보면 퇴사의 정당성을 찾지 못할 거 같다며 슬퍼 하더라구요. 그래서 물었죠. 왜 퇴사하려고 하니?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우리 재원 후배 다시 수능을 칠까 생각 중이더라구요. 뜬금없이! 하지만 이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한 마디 했죠
교대 가려고 하지?
그 친구 깜짝 놀랐지만,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삶을 살던 그 친구를 응원할 뿐이죠. 불현듯 내가 퇴사할 때 생각 났습니다. 난요.. 솔직히 고백하면 제 퇴사 사실을 우리 아버지가 모릅니다. 운이 좋은 건지 부모님과 따로 살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부모님을 설득시킬 자신도 없고, 내가 설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우리 아버지는 제가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결정을 한다고 비난하신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갈등이 제가 추진력 있게 결정을 하는 데 정말 방해 요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어른들의 식견은 존중하고, 그 분들의 이야기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퇴사란 거 자체가 무모한 결정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얘기를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제가 밀릴 겁니다.
대학교 때, 국어국문학을 이중전공할 때도 그랬습니다. 저는 문사철을 사랑하고, 현대시론을 들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물론! 자유전공과 경영학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를 잘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 빠져 나오고 싶던 간사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어국문학 이중전공은 그 자체로 분명 의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네가 국문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해서 학점이 잘 나왔냐? 그런 결정을 왜 상의 없이 하냐는 둥 저에게 여러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인생 새옹지마라고 제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관련된 강의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이런 나의 재능을 뒷받침해 주는 전공인 국어국문학을 이수한 게 도움이 되었지요. (물론, 그 때 배웠던 게 생각 나진 않습니다...^^) 내가 했던 선택이 그 때엔 의미 없고 괜한 선택이라고 평가받을 지 모르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 결정이 저에게 쓸모 있는 결정이 되어 버린 거죠.
퇴사란 결정은 각자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도 없고, 당신들 인생의 답은 당신들만이 알고 있지 의지하지 마세요. 저는 사실 누구나 각자 인생의 답을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확인 받고 싶은 거 같아요. 자주 말합니다. 그건 책임 전가에요. 각자 인생에 책임 지는 사람들이 되세요. 퇴사란 인생을 뒤흔들 정도의 결정은 각자가 해야지 누구에게 묻지 말고! 좀!!!!
앞부분에 저와 대화한 친구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그 친구가 퇴사 얘기를 부모님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퇴사한 이후에 뭔가를 해야 할지 생각이 없어서 그럴 확률이 높을 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할 때, 쉬고 싶어서- 라는 이유가 굉장히 많아요. 쉬고는 싶지만, 쉬면 도태될까 두렵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져 있거든. 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쉼이란 결정 역시 응원합니다.
단, 당신들의 삶/꿈/지향점/색깔은 확실히 갖고 있어야 해요. 그렇다면 쉬는 것도 두렵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