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창의성의 원천엔 내 경험이 있을 뿐
안녕하세요? 하리하리입니다.
오늘은 7월 2일에 마감하는 SBS 자소서 샘플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저번에 교양PD 3번만 해서 올렸죠? 그 3번도 현직 PD 친구들에게 피드백 받은 내용을 반영해서 2안도 곧 올리겠습니다. SBS는 한 문항당 글자 수 맥시멈이 2천자나 되어서 다 채우지 못해서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글자 수를 채우는 skill이란 글도 쓴 게 있으니 (바로 아래에 첨부할게요) 검토해 보세요. 이것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은 글의 수려함입니다. 글자 수 채워보겠다고 어거지로 글 늘리다가 말도 안 맞는 글로 채워서 내면 보시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시야 공해일 지도 몰라요.
항상 저는 피드백을 엄청 환영합니다.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그 내용 반영해서 새로운 글을 올려서 구독자 여러분들께도 공유 드리겠습니다. 자, 그러면 시작해 볼까요? 아! 그리고 이 글을 보시고 여러분들의 자소서에 대해서 좀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여기면 아래 두 링크를 올려 드릴테니 확인해 보세요. 글쓰기 스쿨에 대한 글은 1주 내에 자세하게 풀어서 올려 보겠습니다. ^^
1. 입사 지원동기를 작성해주세요. (① 선택한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②해당 직무를 잘 수행 하기 위한 본인의 경쟁력을 포함하여 작성)
[디자인 씽킹, PD가 되기에 더없이 완벽한 재능]
대학교 때, 동기들과 달리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면서 예능PD라는 직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 머릿속에 PD라는 직업은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여러 트렌드에 대해 해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최정상급 예능PD들을 보면 각자 자기만의 비전 아래에서 국내외 트렌드를 흡수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개척'이라는 저만의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동기들에 비해 1-2살 더 많았던 나이 특성상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학회나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뭔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좀 더 의미 있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주제로 동아리를 만들면 좋을지 찾던 저에게 눈에 띄었던 것이 스탠포드 대학 MBA에서 처음 언급되었던 '디자인 씽킹'이란 개념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개념이 웬만한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지만, 제가 이것을 처음 접했던 2011년 말만 하더라도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생소함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영역을 불문하고 다양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형태의 아이템을 만들어 낸다는 취지의 이 개념을 토대로 삼아 동아리를 만든다면, 다른 이들도 이것에 공감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신문이나 컨설팅 등 확실한 컨셉의 동아리가 아니다 보니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저에게 이 곳이 다단계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제 길을 걸어 갔습니다. 디자인 씽킹이란 개념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유의미한 프로젝트가 시행되어야 했습니다. 평소보다도 더욱 신문의 여러 가지 섹션을 참고하면서 프로젝트의 소재가 될 만한 것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 발견한 것이 '페일콘'이란 캠페인이었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었는데, 창업을 하고 실패한 이들이 자신의 '실패 노하우'를 전파한다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제 경험과 접목시킨다면 매력적 콘텐츠가 탄생할 거라 확신했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수능을 4번이나 보면서 무수한 실패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페일콘의 메인 컨셉이었던 '실패 노하우'를 제 과거와 버무리기에 적합할 거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네이밍도 당시 잘 나가는 교육 소셜 벤처였던 '공부의 신'을 겨냥해 '역전의 신'이라는 프로젝트 명을 정했습니다. 이 취지에 흥미를 가지며 참여했던 4명의 팀원들과 함께 이후 사회적 기업으로까지 성장하게 되었고, 이 때의 경험을 발판삼아 함께 일하던 후배들은 강남 대치동에서 잘 나가는 강사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을 발판삼아 다수의 프로젝트를 론칭했습니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역전의 신'처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디자인 씽킹이라는 컨셉 아래 이 프로젝트들을 시도해 보면서 제 안에 PD로서의 잠재력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의 발상을 얻기 위해 일상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SBS에도 많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니즈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 요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거침없이 실험하는 '도전적 PD'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보여 줬던 디자인 씽킹 동아리에서의 노력이 SBS에서 꽃피우기를 바랍니다.
2.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소위 말하는 ‘스펙’ (학점, 어학점수, 대외활동, 자격증, 교환학생 등)을 제외하고, 회사가 자신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자유롭게 작성해주세요. (본인의 장/단점 등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든 좋습니다.)
[인터뷰와 아이데이션이란 나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PD가 되겠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100점을 맞아야만 칭찬을 들어 왔습니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이 레고였는데 부모님께서는 수학 경시대회에서 100점을 맞지 않는 이상, 즉 하나라도 문제를 틀리면 저에게 선물을 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특유의 기질 때문에 꼭 실수로 한두 문제씩 틀리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이 기질을 어떻게든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안에 100점 지상주의가 뿌리박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기질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또렷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 지원하기 전, 이전의 회사에서 제가 맡았던 업무는 영업관리였습니다. 매달 주어진 매출을 달성하고, 마감을 쳐야 하는 업무 특성상 꼼꼼하지 않으면 이 일에서 성과를 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잦은 실수가 반복되며 스트레스를 받는 제 모습을 보고 사람의 약점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저에게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체질적으로 맞고, 성과를 내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강점 극대화가 저에게 맞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회사에서의 실수 이전에도 제 발목을 잡았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만회하기 어려운 제 약점을 어떻게든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로 수능 준비 때였습니다. 수능을 4번이나 봤던 것입니다. 4번이나 봤던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표면적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재수 때와 삼수 때, 상대적으로 쉬웠던 수학 과목에서 실수를 한 탓이 제일 컸습니다. 처음 수능을 봤을 때와 마지막 수능을 봤을 때에는 수학 과목이 어려워 제가 약간의 실수를 해도 그것이 커버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모든 모의고사의 수학 과목에서 80점 중반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수학에 강점이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수학 이외의 과목은 수학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학이 어려워야 제가 빛이 나는 사람이었는데, 과거의 실패했던 수능에서 안 그래도 쉬운 수학인데 실수까지 하니 저에게 미치는 손해가 막심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서서히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가던 즈음, 운좋게도 제 안에 있던 강점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터뷰와 아이데이션이었습니다. 평소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단순히 대화만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그 대화를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즐겼습니다. 친구들은 저와 대화하면 자기도 몰랐던 자기만의 특성을 캐치할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해 주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내용을 기억해 두었다가 정리해서 그 친구들이 나중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조언해 주는 역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저를 친구 그 이상 혹은 멘토라고도 생각해 주었습니다. 물론 약점인 섬세함 부족 때문에 간혹 엉뚱한 방향으로 친구들을 단정지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몇 번 이어지고 나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 주관을 해석에 가미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 각자만의 사정이 있다고 무조건 전제하고 절대로 비판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간은 저에게도 큰 이득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그 상담 데이터가 제 성장에도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SBS에서 예능PD가 되면 수많은 시도를 해야 할 텐데 제가 갖고 있는 이런 기질은 성공적이면서 실험적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기여할 거라 확신합니다.
3. 최근 자신을 가장 즐겁게 하는 것 (활동, 사물, 인물 등 제한 없음)을 소개하고, 선정 이유와 함께 해당 아이템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기획안을 작성해주세요.
[다시 쓰는 자기소개서, 세대 통합을 도모하다]
최근 저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역시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서를 읽어 보는 것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다른 이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주었고, 그 덕분에 그 친구가 원하던 기업에 입사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알음알음 자기소개서를 읽어 봐 주던 것이 어느덧 1000문항에 육박했습니다. 자기소개서라는 것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안에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매력을 꽉꽉 채워넣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경쟁의 칼날 위에 놓여 있고, 하루를 바삐 보내는 데 여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아이템은 '다시 쓰는 자기소개서'입니다.
물론 이 아이템은 몇몇 기업 유튜브에서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기업에 입사한 지 3년차 되는 이들이 자신들이 입사하며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며 감회에 젖는 콘텐츠를 간혹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콘텐츠와 차별화를 꾀할 생각입니다. 대학이나 기업에 내는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입니다. 이 생각은 사실 제가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를 다수 읽어보고, 그 당사자들과 무수한 인터뷰를 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노인 분들을 모셔 놓고, 자기소개서 양식에 맞춰 그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성장 과정이란 문항 대신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과정, 성격의 장/단점 대신 인생을 살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과 후회되었던 순간 등입니다. 마지막 문항이 사실상 백미인데 입사 후 포부 대신 당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포부를 적는 것입니다.
이런 실버 예능은 여러 모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치매 노인 분들이 식당을 운영하는 예능이 좋은 반향을 얻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분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새활용할 수 있는 계기라고도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한 세대 간 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은 바로 이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살아오며 쌓아 놨던 노하우를 제가 만든 프로그램에서 매력적 콘텐츠로 재탄생시켜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두 가지 파생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첫째, 책과 같은 2차 저작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여기에 출연한 어르신들을 일종의 스타로 만드는 것입니다. 방송사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일종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획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를 다수의 콘텐츠로 제안할 수 있는 저는 SBS의 알짜배기 PD의 자격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글의 완성 과정 및 주요 소개 영상은 곧 유튜브 캐치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