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이 샤이니에게 건넨 말
저는 참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글이란 게 사람마다 정의가 조금씩은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이 잡은 주제나 생각을 표현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오늘 아침까지 이걸 써야지 라고 마음 먹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다른 주제가 눈에 들어오면 언제든지 마음을 고쳐 먹고 새로운 글을 쓸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글을 쓴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죠. 글을 쓴다는 것은 제가 스스로와 마주 하고 그 마주한 고민의 과정을 풀어내는 거니까요. 여튼 오늘 제가 쓰려고 했던 주제와는 완전히 다른 주제의 글을 써 보고자 합니다. 이 글의 시작은 술병이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걸 느낄 때가 많겠지만, 저는 꼭 과음한 다음 날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더라구요. 특히 잔잔하게 적시는 정도가 아니라 폭음을 하고 난 뒤에 정상으로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회사를 다닐 때, 평일이라도 술을 먹는 경우가 생기죠. 하지만 내가 전날 과음했다고 해서 그 다음 날 아침에 출근을 늦게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얄짤 없단 말입니다. 그러나 퇴사를 하고 난 뒤에 좋았던 것은 전날 과음을 했다면 컨디션 회복을 위해 몇 시간이고 쉴 수 있다는 것이었죠. 오늘도 그랬습니다.
과음한 후, 오전 내내 쉬면서 몸을 추스렸습니다. 잠이 오지 않고 밥이 먹고 싶던 저는 집을 나섭니다. 그렇게 저는 안암에 와서 언제나 좋아하는 연어회덮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속이 풀리지 않고 머리가 여전히 아픈 겁니다. 저는 식당 옆 목욕탕에서 잠을 청합니다. 뭐 바깥에 나왔다고 해서 꼭 일을 하고 활동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저는 2시간 가량을 그 곳에서 쉬었습니다. 그렇게 쉬고 나니까 컨디션이 제가 원하는 수준으로 올라온 겁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제 몸상태에 따라 글의 품질이 좌지우지 됩니다. 푹 쉬니 제가 얼른 좋은 글을 쓰고 싶어졌고, 그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겁니다.
글쓰기란 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구나.
내가 정말 베스트일 때, 멋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이 든단 거 자체만으로도 글쓰기란 일을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금방 알겠더라구요.
저는 남자 아이돌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샤이니를 정말 좋아합니다. 샤이니가 안타까운 일을 겪고 나서 4인조가 되었는데, 그리고 나서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습니다. 12월에 그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2개월 뒤에 도쿄돔에서 공연을 한다는 얘기에 대해 날 서린 악플을 던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던지는 키를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듣던 윤종신이 한 마디를 했습니다.
이제 진짜 샤이니를 위한 음악을 하세요.
대중들이 뭐라하든 이제 샤이니 정도 공력의 가수라면 샤이니만을 바라보는 팬들의 규모도 어마어마하고요. 그들이 무엇을 하던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샤이니가 진짜로 행복해하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것을 저 포함 팬들이 원할 거라 봅니다. 처음에 샤이니도 데뷔하고 앨범을 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있었을 겁니다. 열심히 방송 활동 하고 정상의 자리에 오른 뒤, 그게 지속되다 보니 이젠 정상이 익숙해졌을 거고. 새로운 욕심이 생겼을 겁니다. 저 같은 사람도 글을 쓰면서 제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이젠 스스로 만족할 만한 높은 수준의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으니 샤이니 정도의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가수는 더욱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겠죠.
진정으로 자기를 위한 일을 하고, 자기를 위한 글을 쓰고, 자기만을 위한 음악을 하는 게 자신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지만 그걸 떠나서 그렇게 행복한 내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그 행복이 충분히 전염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퇴사를 하고 안 하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퇴사가 무슨 유행도 아니고, 제 글에 대해 간혹 얘기하는 것처럼 아무 준비 없이 퇴사하는 것만큼 미련한 건 없는 셈이죠.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좀 더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나를 위한 일인지를. 일을 통해 보여 주는 성과가 높으려면 그 일을 하는 내가 진정으로 그 일을 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저는 오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