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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Jun 26. 2020

밥그릇 이론에 입각해 해석한 공정

인국공 사태, 꽤 합리적으로 20대 쉴드를 쳐 봤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떡밥이 식을 때쯤, 다시 불을 지펴 주셔서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두관 의원님 :)


저는 취준생들과 인터뷰를 해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대본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러다 보니 취준생 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취준생들이 지원하는 기업의 주요 문항에 맞는 자기소개서를 제 경험/생각에 입각해 예시로 만들어 방송으로 뿌립니다. 그걸 보고 문의해 주는 취업준비생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생각을 속기해서 글로 적습니다. 그들에게 항상 중요하게 강조하는 게 why와 how입니다. 우리 친구들이요? 정말 열심히 삽니다. 그런데, 그들도 알아요. 열심히 산다고 해서, 그 열정만큼 보상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에요.


1) 남들이 다 열심히 사니까. 조금이라도 그 열정을 내려놓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 때문.

2) 최소한 사회인 1명분의 몫을 해야 하니까.


청와대에서 얘기한 대로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바꾼다고 해서 그게 인국공 공채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취업률 향상과 직결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으신 거에요, 여당 분들. 진짜 역풍 맞으실 거에요.


일단 이 문제의 본질을 저는 '밥그릇 이론'에 입각해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취업을 한다는 건 사회에서 1인분 몫을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진정으로 경제적 독립을 하는 건, 모든 자식들이 원하는 겁니다. 언제까지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이들도 취업을 준비하고, 직장인이 된다는 게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고 엄청난 걸 얻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1인분 몫이라도 제대로 하겠다고, 울며 겨자먹기로 취준 생활에 그렇게 열정을 쏟는 겁니다.


현재의 정부 기조, 정말 공감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포용한다는 것! 분명 취준생 친구들도 자신들의 밥벌이가 지금 어르신들처럼 똑같이 살 만했다면, 마음 넉넉하게 받아줬을 거에요. 저도 조금만 대화 나눠 보면, 느끼지만, 사회적 가치나 배려 등이요? 어른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했지, 얕게 생각하지 않아요. 문제는 밥그릇 크기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거죠. 그리고 정부에서는 밥그릇을 키울 생각을 안 하고, 약자들을 포용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그 전의 사고방식으로 이렇게 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겠지- 라고 생각해 왔던 친구들이 밀려나는 겁니다. 아니면, 차라리 어른들이 헬조선 ㅈ됐다! 각오 단단히 해라! 우리랑 똑같이 노력한다고 우리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말 일언반구 안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해 왔던 것만 보고, 아~ 저렇게 하면 성공하는구나. 생각했고, 그렇게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세상은 어른들이 주인공으로 살던 세상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물론 코딩 교육 등 미래형 교육을 지금 시행하고 있다고 반론할 수 있겠죠? 그런데 코딩을 가르친다고 미래를 훌륭하게 대비하는 걸까요? 아뇨. 저는 오히려 어떤 가능성도 수용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문과였지만, 수학을 좋아했고, 역사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문과 교육 과정과 이과 교육 과정, 정확히 이원화되는 상황에서 둘의 시너지를 살릴 과정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건 불가했습니다. 대학에도 자유전공학부란 게 있죠. 하지만, 제가 졸업한 학교 같은 경우는 그 자유전공이 프리 로스쿨이 되었습니다.


저희 학교 커뮤니티 익명 사이트 가보면 난리도 아닙니다. 몇 주에 한 번씩 올라오는 떡밥은, 연봉, 직업 등입니다. 보다 보면 안타까워요. 그들이 보는 직업의 기준은 어른들이 보는 그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완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 저만의 영역을 구축한 저로서는 그들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게 어려운 지금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몇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볼게요. 솔직히 저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쌓아 온 지금의 커리어, 솔직히 어른들이 지금 친구들보다 능력이 유독 뛰어나서 얻은 게 아닙니다. 시기적인 환경도 무시 못할 요인입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소싯적 요인(경기 호황기)에 대해서는 1도 생각하지 않고(지금의 팍팍함에 대해서 공감할 생각은 안하고) 취준생들을 대합니다. 인국공 사태에 대해서 청년들이 자기들이 어려우니까 분노를 터뜨릴 데가 없어서 여기다가 화풀이한다고 하지 마세요. 과연, 왜 이 사태가 터졌을까 생각해 보세요. 취준생 친구들, 어르신들이 보는 것처럼 그렇게 이기적이고, 공부도 별로 안하고, 멍청하지 않아요. 어른들보다 더 똑똑하면 똑똑하고, 자기 삶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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