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모두 매력적인 사람
인간의 앞모습은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뒷모습은 씁쓸하다.
체형과 관계없이,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부위와 관계없이
이것은 인간이 가진 공통된 두 개의 운명이다.
나아갈 때 힘차고 돌아갈 때 고독하니 삶은 티끌이다.
박범신_<하루> 中
개그맨 이수근이 대리운전 광고를 찍으며 말한다.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앞뒤가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건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려고 노력한다. 앞뒤가 똑같아야 믿을 수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산다는 건 그 자체로 꽤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고, 인정받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믿음을 얻기 위해 내가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본연의 모습에 위배된 행동을 한다면, 모순에 빠지게 된다. 다른 이의 인정을 받겠다고, 나를 잃는 우를 범한다면, 이는 언젠가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것이다.
나를 포함한 남자들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사실 나도 옛날엔 그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완전 정반대의 모습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간다. 목표는 하나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다. 그 사람은 나를 알기 전까지 나라는 존재가 그 사람의 머릿속에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남자들은 누군가를 보면 첫눈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돌진한다. 그냥 돌진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란 것쯤은 알고 있어 어느 정도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가면을 쓰고 돌진한다.
문제는 이 가면이 비바람을 맞으며 풍화되고 난 뒤부터 발발한다. 소위 말하는 나의 리얼한 모습이 그녀와 편해지고 나서부터는 만천하에 드러난다. 그 리얼한 모습을 그녀가 싫어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걱정했기에 거짓을 보여 주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린다. 초반의 달달했던 거짓에 현혹됐다가 상처받은 그녀가 당신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도 다른 이들처럼 초반의 달달함을 잊고, 변심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 남자들보다 여자 분들이 더 똑똑하면 똑똑했지, 바보가 아니다. 남자 분들은 되게 똑똑한 척 안 했으면 좋겠다. 사실 거짓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바로 날아갈 수 있는 모래로 성을 쌓는 거와 같다. 모래성이 튼튼하려면 모래에 물이라도 부어주는 노력이 필요한데, 대부분 그런 노력을 안 한다(확실한 건, 상대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하고, 나와의 교점을 찾는 노력을 말하는데, 이 정도만 해 줘도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고 본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낙연 전 총리가 왜 출산의 고통을 겪지 않은 남자들에게 철없다고 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정치적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에는 분명하지만, 남녀 관계로만 이 대사를 짚어 보면, 충분히 합당한 말이라고 본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살다 보면, 당신의 마음을 빼앗는 사람이 나타날 거다. 그 사람에게 진실되면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면, 평소에 내 주변의 모든 이에게 일관된 따뜻함으로 다가가면 된다. 처음에는 그 따뜻함이 불편한 옷일 거다. 그러나 사람이란 게 웃긴 게 뭐냐면, 계속 그 불편함을 주기적으로 학습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나에게 딱 맞는 기성복으로 둔갑한다. 인생사란 게 그런 거다. 그러면 진짜 소중한 사람(놓쳐서는 안 될 사람)이 나타나면, 진실되면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 사람에게 나를 보여 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ps. 물론 이런 경우도 있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아 나에게만 이런 게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이럴 수 있구나.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데, 모두에게 항상 다정한 게 아니라, 너한테 특히 다정하고, 소중한 너니까 다른 이에게 펼치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