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고찰 강의를 듣고 와서.
어제 저는 최인아책방에 가서 재미있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주제는 흥미로웠지만 강의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강의까지 좋았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게다가 죽음에 대한 주제를 전면에 다루니 관심이 갔습니다. 제가 가르치던 아이들 중에 죽음에 대해 남다르게 받아들이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과 들으면 좋을 것 같아 같이 들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그 전날에 못 간다고 했지만... 오늘 브런치에는 그 강의를 들으면서 들었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퇴사와 엮어서 맛있는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아예 백지에 자유로이 제 생각을 펼쳐 나가는 것도 어렵지만 이렇게 '퇴사'란 구체적 주제를 정해 놓고 그 틀 안에서 여러 소재들과 퇴사 사이의 연결 고리를 잡고 그 접합 과정을 글로 풀어 내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게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그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결과물들을 바라보면 흐뭇하기 때문에 저는 오늘도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중독인 거 같아요.
강사님께서 강의 내내 강조하셨던 메시지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건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자"였습니다. 우리 머릿속엔 여전히 죽음이란 부정적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을 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그렇잖아요? 말하기 꺼려하는 걸 멀리 할수록 더욱 우리 머리에서 그것들이 지워지고, 미지의 대상일수록 알지 못할 두려움이 우리를 엄습하죠? 죽음이 우리에게 그런 존재인 거 같아요. 특히 경험할 수 없는 녀석이다 보니 그 두려움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을 통일하고 그 당시의 권세와 부를 모두 손에 쥐었던 진시황도 불로초를 찾아 전국을 헤맸던 것도 영생만큼은 가지지 못했기에 그걸 갖고자 몸부림쳤던 거죠. 결론적으로 그 역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죽지 않기 위한 온갖 방법을 찾았지만 현세에서 죽지 않고 오랫 동안 살 방법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나온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란 말도 있으니까요. 어제 강의에서 많은 영상들을 보여 주시면서 청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강사님께서 많이 노력하셨습니다. 그 영상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거 하나 여기에 올려 보겠습니다. 제목은 "Prepare for a good end of life"
이 강의를 "퇴사일기" 매거진에 정리해 둔 것은 바로 퇴사한 사람들이 겪는 삶의 고통 때문입니다. 저처럼 제 재능을 믿고 자발적으로 찬바람 부는 경쟁 사회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지기도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가 생계를 꾸리기 막막해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퇴사가 꼭 젊은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4050 세대 분들도 떡두꺼비 같은 자식들을 다 키우지도 않았는데 회사에서 나가라고 등 떠밀기도 합니다. 특히 회사만 믿고 회사에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 왔던 분들은 곤란해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기사 제목 보세요. 약간 자극적이긴 하지만,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퇴직금과 집의 돈을 끌어 모아 자영업을 합니다. 하지만 자영업도 비즈니스입니다. 게다가 전형적인 B2C 비즈니스이죠.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비즈니스는 경쟁에서 도태됩니다. 요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빈도는 지극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깐깐한 기준으로 소비를 하죠. 그 환경에서 트렌드를 읽는 데 어려운 4050 사장님들은 자영업을 하면 '필패'합니다. 그래서 팍팍한 현실을 견뎌 내지 못하고 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ㅠㅠ
저는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죽지 마세요. 이렇게 죽고 나면 남은 자들의 고통은 더욱 큽니다. 죽는다고 해서 그 빚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구요. 물론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은 고통의 굴레를 끊어 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죽으면 본인은 그 고통에서 해방될 지 모르지만, 고통은 되물림되어서 여러분의 자식들 혹은 주변 사람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간청 드리는 바입니다.
두번째, 이 고통이 오기 전에 평소에 미래를 생각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건 제가 현재 우리 나라 대기업들을 비판하는 논리와도 같습니다. 대기업들 한강의 기적 당시 우리나라 잘 나가고, 그 때 한창 성장의 과실을 따 먹을 때 이런 미래가 올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당장의 성과에만 취해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선 전혀 준비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모든 시장은 당연히 흥망성쇠가 있고, 잘 될 때 못 될 때를 생각하는 것은 모든 일의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회사에 지금 다니고 계신 여러분들께도 말씀 드립니다. 평생 회사에 다닐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회사의 임원이 되지 말란 보장은 없지만, 임원으로 간택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그 수가 적습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펼치고 인정받는다면 best이지만, 사람도 기업처럼 잘 될 때에 못 될 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못 될 때는 타의로 인해 회사를 관둘 때 말하는 겁니다. 즉, 명예 퇴직과 같은 일을 겪게 되는 경우죠.
지옥이 피부에 와 닿고 나서야 지옥을 비껴 갈 방법을 궁리하기 보다는 내 앞에 너른 초원이 펼쳐져 있고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비춰 주는 '태평성대'에 위기 상황을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 준비된 자만이 스스로의 삶을 언제나 가치 있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삶을 누구도 누릴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