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함, 그 속에 직무적합성을 넣다
성장과정입니다. 성장과정을 설명할 때, 제가 크게 두 가지를 기준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편입니다. 먼저, 삼성그룹 공채에서 매번 나오는 자기소개서 essay 2에 기반해 설명을 합니다. 문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의 성장과정을 간략히 기술하되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 인물 등을 포함하여 기술하시기 바랍니다. (※작품속 가상인물도 가능)
저는 여기서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이라는 표현에 주목합니다. 어떤 자소서를 쓰던지 간에 맨 먼저 하는 게 질문을 보고, 그 질문 속에서 제 눈을 사로잡는 표현들이 뭘까부터 봅니다. 이 문항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건 '가장 큰 영향을 끼친'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만 해도 이런 표현을 보면, 정말 지원자 분에게 영향을 끼친 요소에 주목했습니다.
제가 컨설팅해 준 친구 중에도 이 문항을 함께 고민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에게는 특별한(다소 아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20살 이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친구의 성장과정에는 반드시 이 얘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기업에 합격을 하기는 했는데, 나중에 저에게 해 준 말이 있었습니다.
하리님, 저 부모님 돌아가신 얘기 쓴 기업은 다 떨어졌어요.
생각보다 이 얘기가 제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뭐랄까,,, 기업의 배신 같기도 했어요. 진솔하게 지원자 여러분을 보여주세요~ 라고 했지만, 실상은 직무에 맞는 진솔함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삼성그룹의 서류평가가 직무적합성평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지라 성장과정에도 직무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고도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그러면 문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이란 표현을 안 넣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구요. 이 때부터 성장과정을 쓸 때도 직무적합성을 조금은 생각하는 게 버릇 아닌 버릇이 되어 버렸습니다.
성장과정 해법을 언급할 때, 두 번째로 화두에 올리는 기업은 LG유플러스입니다. 최근에도 개발자 면접 케이스를 들어보니까 이 면접이 아직 유효하더라구요. 바로 '인생 그래프 그리기'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에서 본인의 전성기였던 순간, 슬럼프였던 순간들을 점으로 찍고, 이를 선으로 그은 뒤, 각각의 포인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면접입니다. 성장과정을 접근할 때도 이런 식으로 가야 합니다. 다른 문항에서는 대학교 이후 소재를 다루라고 권장하기 때문에 이 성장과정 문항만큼은 대학교 이전의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쭉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꼭 의무적으로 중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가져올 필요 없습니다(취준생 여러분들은 이게 괜찮지 않을까~? 라고 제시하면 이걸 정답인 양 신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연해지세요.). 현재의 나라는 사람을 봤을 때,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라면, 성장과정에 집어넣는 거죠.
오늘은 성장과정에 대해서 함께 알아봤습니다. 결국, '지금의 나'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성장과정이라고 저는 보는데요. 무조건적으로 나의 역사를 두루 돌아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지금의 나'는 지원하려는 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준비가 되어 있는 나를 의미합니다. 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나의 준비가 성장과정과도 어느 정도 이어집니다. 물론, 이런 문항이 자소서 내에 있으면 두 문항 각각에 어떤 내용을 배치할지 고민을 하셔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