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제 연애일기가 사귀던 자들, 사귀는 자들만을 위한 글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오늘 글은 사귀고 싶으나, 사귀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바칩니다.
지금이야 제가 예쁜 여자친구와 잘 만나고 있지만, 저라고 해서 모든 사랑이 성공으로 귀결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를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서로가 사랑에 빠지는 현상을 저는 자연의 신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니, 기적이랄까요? 그 기적을 저도 살면서 자주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소위 말해 첫눈에 꽂히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꽂히고 나면 앞뒤 보지 않고 달겨드는 경향이 있어서요. 제 여자 친구도 우연히 혼술집에서 만나서 마주친 눈이 좋아서 대쉬했고 사귄 거니까요. 이 방식이 위험하단 것도 알고, 필시 제가 상처받을 확률이 높은 게임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돌진이 후회가 없고, 이렇게 지금 여자 친구와 같이 응답해 주는 사람이 짠 나타나 주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랑을 합니다. 저도 차이고 외면 받으면서 어른이 되어 갔습니다.
학교 후배가 며칠 전 전화가 왔습니다. 술에 잔뜩 취해서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와 다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세상을 한탄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녀석이 제가 연애한다고 하니까 엄청난 배신자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술에 잔뜩 취해서 저에게 꼬장 아닌 꼬장을 부리더라구요.
형, 차였어요.
차인 거에 대한 한풀이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솔직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하나씩 물어보며 들어 주었습니다. 원래 오래 알던 친구이고 얼굴이 굉장히 이쁜 아이라고 하더라구요. 자체 철벽을 넘지 못했다고 씁쓸하게 웃는 그 친구의 목소리가 더욱 애달프게 들린 것은 기분 탓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윤아나 아이유 아니면 안 만나겠다고 지르는 그 친구에게 한 사발 욕은 해 주었지만, 별다르게 해 줄 말이 없어서 미안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 친구에게 소개팅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사실 주변에서 소개팅 해 달란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인연이란 게 인위적 소개팅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도 안 들고, 근본적으로 제가 누군가를 소개팅해 주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농담인 거 같기는 한데, 그 친구가 좋아하는 이상형을 제가 충족시켜 줄 자신이 없었습니다.)
남녀 관계에서 고백을 하는 쪽을 살펴 보면 대개 상대에게 이미 사랑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말해 콩깍지가 씌어 있습니다.) 상대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와 나의 관계를 이미 머릿속에서 그려 보죠. 상대의 작은 호의에도 가슴 떨려 하고, 그 떨림이 나뿐만 아니라 그대에게도 전달되리란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상대는 당신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사실 알더라도 모른 척 하죠. 왜냐하면 당신이 관심이 없으니까. 그리고 너의 그 마음을 무조건 받아 줄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솔루션이라 할 거 같으면, 상대를 유심히 살펴 보세요. 상대가 어떤 포인트에서 해사하게 웃는지, 뭐를 가장 좋아하는지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잘 구사할 수 있는지 돌아보세요. 그대가 짝사랑하는 상대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근거가 있어야죠! 근거가! 저는 그 근거를 상대에 대한 관찰에서 찾으라 말합니다.
요새 사람들을 보면 극과 극입니다. 아예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뭔가 종지부를 찍고 싶어 하거나(이건 저...) 고백 한 번 하지 않고 그냥 머저리처럼 맴돌다가 스스로 단념하거나. 사랑이 감성의 영역이긴 하지만,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이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성이 개입되면 중간 단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 볼 여유가 생기고,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 질 수도 있고, "어라, 해볼 만 한데?" 라고 판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지금의 여자친구가 저에 대한 호감을 약간이라도 표현하지 않았다면, 이 인연을 그냥 지나쳤을 거에요.
영화 너의 결혼식이라고 곧 개봉하는 거! 박보영을 보고 한눈에 반한 김영광의 직진 스토리입니다. 내 딸의 남자들에서 석희에게 직진하는 요한이를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합니다. 김영광이든, 요한이든 그건 영화/예능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특히 짝사랑에 빠져 있는 남자들. 일반적으로 무작정 직진하는 것은 상대에게 부담감만 심어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관조적 어투와 시선을 좋아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저조차도 그렇게 말하면서 지키지 못하는 거니까요. 기억하세요! 사랑은 절대로 혼자 해서는 빛나지 않고, 같이 해야 영롱하게 빛날 수 있는 보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