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절박하게, 집중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창문에 비춰지는 햇빛에 잠이 깼다. 옆에선 같이 사는 룸메이트가 키보드 소리를 투닥이며 글을 쓰고 있었다. 자고 싶은 만큼 잠을 자고 깨는 것만큼 행복은 없다. 같이 사는 친구가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이 묻기 전만 해도 나의 기분은 최상이었다.
형,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12시반이었다. 조금 뻘쭘했다. 사실 아침 8시 20분에 출근하는 여자친구와 통화를 한 뒤, 다시 잠들었다. 그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잠에 빠져 있던 나의 바이오리듬에 억지로 각성 효과를 준다. 그 통화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 지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 더욱 잠에 들어 버린다. 그것이 요새 나의 일상 아닌 일상이 되었다. 누가 봐도 한량과 캐백수의 삶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게으르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그 덕에 나는 행복하고 주변에서 피부가 좋아졌고 젊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단언컨대 잠의 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계속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는 아니다. 기지개를 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오늘 새벽에 6시 마감인 한국야쿠르트의 자기소개서 가이드를 해 줬다. 글을 쓸 때만큼은 나는 행복하다. 게다가 이 글에 사람들이 감동해 나에게 돈까지 쥐어 주니 나는 행운아다. 다만 그 수입이 안정적, 지속적이지 않다 보니 불안한 것뿐이다. 그러나 나의 달이 밝았다. 8월을 기점으로 하반기가 기지개를 편다. 이 시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돈도 되지 않는 아프리카tv 왜 하냐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묵묵히 나의 길을 걸었다. 이 자소서를 의뢰한 이도 아프리카 방송을 통해 연을 맺은 시청자이다.
깨서 밀린 카톡을 보던 중, 또 하나의 유료 서비스 신청자를 발견했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소위 말하는 현금 박치기로 받는 서비스 fee는 나에게 큰 힘을 준다. 물론 그런 돈을 받지 않고 취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무료로 나의 재능을 퍼 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 코가 석자다. 이 점은 정말로 아이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8월의 시작이 너무나도 상쾌하다. 물론 이 시작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이 분 역시 아프리카TV를 통해 알게 된 분이다. 한 명 한 명씩 가벼이 여기지 않고 성심을 다해 상담해 드리고 글 써 드린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즐겁다. 이처럼 나의 하루는 언제 시작될지 모르고, 그 하루 동안 무슨 일이 나에게 닥칠 지 쉽게 예상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이 있고, 그 즐거움이 나를 살게 한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왔고 그 공들인 나의 노력이 조금씩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실 더 돌아와야 마땅하지만, 이 정도도 괜찮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내 인생이 아주 편해 보인다고 부러워 한다. 그렇지 매일 이렇게 늦잠 자는 나의 삶이 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일지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심하게 볼 지도 모르겠다. 대기업을 나와서 뚜렷한 족적을 밟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소서를 써 준다, 컨설팅한다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내 일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잘것 없어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나의 퇴사를 알게 된 우리 아버지도 캠퍼스잡앤조이에 연재하는 '하리하리의 다쓰자' 칼럼을 보고 내가그래도 뭔가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 거 같으니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내가 노는 줄 안다. 뭐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들 생각하는 바다.
오늘 오후에는 내 캠퍼스잡앤조이 칼럼을 연재했던 강릉원주대학교 커리어센터에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고, 그 쪽에서 답장을 해 줬다. 내 글을 잘 봤고 때마침 9월부터 3개월에 하루씩 강사가 필요했는데 강의해 줄 수 있겠냐고 나에게 말했다. 정말 기회를 스스로 찾아서 만든 경우다. 지금 나에게는 어떤 기회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하고 강릉에 갈 일정을 짰다. 열심히 나의 커리어를 쌓으니 이런 기회도 나에게 찾아왔다. 더욱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기분 좋게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바보가 아니다. 각자 자신만의 커리어나 인생에 대해서 비전도 있고, 잘 살고 싶어하는 욕구도 강하다. 한 번 사는 인생, 잘 살고 싶지 누가 대충 살고 싶겠나? 아무리 젊은이들이 소확행이다, 개인주의다 해서 대충 사는 거 같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도 이미 인생에서 일가를 이룬 어른들처럼 인생 살면서 뚜렷한 족적 하나 남기고 싶어한다. 회사에서는 임원이 되고 싶고, 회사 바깥에서는 유명하거나 돈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다만 그 방법을 정확히 몰라 헤맬 뿐이다. 나는 그 헤매는 과정조차도 의미 있다고 본다. 헤매다가 쟁취하는 결과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나에게 소중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있는 BJ, 작가, 강사 등의 일은 현재는 뭐 미미하다. 현재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전 회사 동기들은 나의 도전을 응원하겠지만 성과가 별로 나지 않은 내 모습에 그럼 그렇지란 유감스런 시선을 보낼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매일이 전쟁이다. 유치환이 말하지 않았는가?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건 소리없는 아우성이라고. 꼭SNS에 나 힘들어! 라고 외치지 않아도 매일 눈을 뜨면 치열한 전쟁이 날 기다리고 있다. 그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종국에는 고지를 점령하는 멋진 승전국이 되고 싶다. 아직 갈 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