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보다 한번 가보자고
지난주, 드디어 첫 입문 출조를 다녀왔다.
이곳이 명색이 섬이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종종 낚시에 대해 묻곤 했다.
“형님, 여기선 낚시 안 해보셨어요?”
그럴 때마다 웃으며 “관심이 없어” 하고 넘겼지만,
언젠가부터 문득, ‘한번쯤은 직접 해보고 판단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20대 초 서울에 올라왔을 무렵
외삼촌 두 분과 한탄강으로 갔던 낚시가 처음이었다.
그때도 별 재미는 없었다. 나는 원래 기다림을 못하는 사람이다.
맛집이라 해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질색이다.
그저 한 끼를 위해 그만한 시간을 바꾸는 일이, 내겐 여전히 낯설다.
한 달 전 어느 저녁,
늘 산책하던 해솔길 4길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만조가 되면 꼭 찾는 나만의 명소다.
그날은 맥주 한 캔을 들고 앉아 있는데
한 아저씨가 조용히 낚싯대를 던지고 있었다.
“여기 뭐 잡히나요?”
“그냥 집 앞이라 심심해서 던져보는 거죠.”
그의 대답은 짧았지만, 어쩐지 오래 남았다.
며칠 뒤, 같은 자리에서 놀라운 광경을 봤다.
불고기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데, 무려 1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만조 시간 내내, 몇 분 간격으로 계속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
그날, 낚시에 대한 내 마음도 살짝 튀어 올랐다.
며칠 뒤 입행 동기와 저녁을 먹다 낚시 이야기를 꺼냈다.
“너 낚시 좋아하잖아. 나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같이 가자.”
그 친구는 낚시 경력 20년의 베테랑이었다.
그렇게 약속을 잡고, 드디어 10월 23일 목요일.
며칠간 한파가 지나고 날이 풀리던 날이었다.
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채비를 챙겨 나섰다.
목적지는 영흥도 진두방파제.
차로 20분 거리, 주차 자리까지 운 좋게 딱 한 칸이 비어 있었다.
친구는 5미터짜리 긴 낚싯대로 찌낚시,
나는 초보답게 2미터 남짓한 짧은 낚싯대 일명 구멍치기.
갯지렁이를 미끼로 끼우고 던진 지 5분도 안 되어
친구의 낚싯대 끝이 휘었다. 감성돔 한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
나는 구멍치기를 계속 시도했지만 입질이 없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자신의 찌낚싯대를 내게 건넸다.
“이걸로 던져봐.”
10분쯤 지났을까,
내 낚싯대 끝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그 순간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
드디어 첫 감시가 올라왔다.
25cm 남짓한 은빛 몸통이 햇빛에 번쩍였다.
그날, 나는 두 마리, 친구는 네 마리.
초보 치고는 꽤 훌륭한 성과였다.
다음 날엔 친구 한 명이 더 합류해 셋이서 낚시를 했다.
하지만 전날과는 달리 잡히는 게 신통치 않았다.
나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고, 친구들도 작은 것들만 낚았다.
그날 친구가 말했다.
“수심이 계속 깊어졌는데 네 찌 높이를 안 바꿨잖아.
고기가 떠 있는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데 그대로였어.”
그 말을 들으며 웃었다.
낚시든 인생이든, 결국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잡은 감시 여섯 마리를 손질하려고 식당을 찾아갔다.
‘낚시 손질 해드립니다’라는 간판이 많았지만
두 곳은 “작아서 안 돼요”라며 거절했다. 그럼 그 표시판은 뭔지...
마지막으로 들른 식당에서야 받아주었다.
만원에 손질, 진공포장, 초장 서비스. 담에 횟집 올 때 꼭 찾겠다고 감사 인사를 몇번이나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만원의 행복이었다.
그날 밤, 돼지고기 목살에 감시회 한 접시,
그리고 어묵탕을 곁들여 화로를 피웠다.
불빛 아래서 친구와 오랜만에 옛이야기를 나누며
늦은 밤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 친구가 낚싯대와 릴, 부품 일체를 선물해 주었다.
요즘은 집 앞에서 낚싯줄을 꿰고 던지는 연습을 한다.
겨울이 오기 전, 한 번 더 출조를 해볼 생각이다.
아직은 ‘한번 해볼까’ 하는 단계지만,
손끝에 남은 감각이 자꾸 그날의 바다로 나를 부른다.
낚시의 묘미는 어쩌면
‘기다림 속의 작은 떨림’을 느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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