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빵굽는 향기를 찾아서
지난 주말, 오래전 제빵학원에서 배웠던 기억을 꺼내 오랜만에 식빵을 구워 보았다. 결과는 기대만큼 완벽하진 않았지만, 실패의 원인을 알기에 실망은 없다. 오히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과정의 즐거움에 마음이 흡족했다.
2022년 3월, 나는 제빵학원 3개월 과정을 수료했다. 자격증은 끝내 따진 못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나는 평소 빵을 좋아한다. 세상의 모든 냄새 중에서도 빵이 구워질 때 퍼지는 그 향기를 가장 으뜸이라 생각한다. 실내 어디에 퍼져도 포근하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향기. 그 냄새를 다시 내 집에 불러오고 싶었다.
마침 어머니께 입주 기념으로 축하금을 받았던 것이 있었다. 유형적인 무언가를 장만하고 싶었으나 마땅치가 않아 고민만 하다 봉투째 보관해 두었던 돈이 있었다. “그래, 이걸로 (복합)오븐기를 사자.”
아내와 함께 한참을 검색한 끝에, 적당한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의 오븐기를 고를 수 있었다. 배송은 주말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건, 빵을 굽는 일뿐.
나는 평소에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기억은 쉽게 휘발되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래서 글, 사진, 영상으로 그 순간을 붙잡는다. 제빵학원 강사도 강권 하곤 했다. “동영상으로 찍으세요.” 그래야 남아요~
그 말이 떠올라 예전 동영상을 꺼내 복기하고, 하나하나 이미지 시뮬레이션을 그려보았다.
요즘 아침의 주식이다 싶기도 하고, 가장 기본이자 성공률이 높은 것이 식빵인 것 같아 첫 이벤트로 식빵으로 정했다. 강력분, 이스트, 개량제, 쇼트닝, 무염버터 — 대부분의 재료는 온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주문한 재료가 도착하자, 일요일 저녁 나는 반죽을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반죽기를 썼지만, 집에서는 손반죽이다. 그러나 손으로 치대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손에 밀가루가 묻고 팔이 조금 아팠지만, 그조차 즐거웠다. 둥글리기와 숙성, 발효의 과정을 거치며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는 일은 마치 한 생명 커가는 듯한 신기함을 느끼며 관찰한다.
50분, 10분, 50분, 그리고 마지막 35분. 세 시간 남짓한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설레었다.
드디어 오븐 속에서 노릇노릇 색이 변해가고, 집안 가득 고소한 냄새가 퍼질 때의 기분 — 그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이었다.
“땡!” 소리와 함께 식빵이 완성되었다. 모양은 근사했다. 그러나 이를 어쩌나 맛은 조금 달랐다. 부드럽고 식감은 좋았지만, 풍미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마침 우유가 없어 물의 양을 늘렸고, (처음이라)버터의 뒤처리가 싫어 버터 대신 쇼트닝을 조금 더 넣었던 것이 문제였다. 결국 ‘우유 식빵’이 아닌 ‘쌩밀가루 식빵’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이건 우리집에 고양이나 줘야겠다고 하니, 아내는 웃는다.
“이건 고양이도 안 먹을 걸.”
나도 웃었다. 실패였지만 유쾌한 실패였다.
3년이 지났는데도 손이 기억을 하고 있었다. 반죽을 둥굴리고, 성형하고, 기다리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었다. 그게 기뻤다. 실패의 이유를 알았으니, 다음엔 더 맛있게 구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 향기였다.
그날 저녁, 서울의 집 안 가득 퍼진 따뜻한 빵굽는 냄새가 —
그 어떤 고급 향수보다도, 나를 가장 편안하게 감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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