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팅 계획 두 번째 이야기
어느덧 입추가 지났네요. 코로나에 긴 장마에 지치는 여름을 보내서 그런가 다가오는 가을의 전령 9월은 새 희망을 가져다주면 좋겠어요. 모처럼 비가 잠시 그쳐 그런지 오늘 마녀의 아날로그 감성이 마구 폭발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에요. 이런 기대는 비단 계절에만 느끼는 게 아니죠. 많은 기업들에게도 9월은 봄 여름내 준비하고 실행했던 계획의 결과를 본격적으로 수확할 채비를 하고 남은 기간 보완할 수 있는 시기예요. 기대와 비전으로 한껏 들뜨게 되지요. 하지만 올해는 마냥 들뜰 수 없을 것 같아요. 계획에 담긴 비전은 말 그대로 비전이고 청사진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비전은 현실로 이루어져야 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계획이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며 의미가 있게 돼요. 그런데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들이 사업 전략과 마케팅 실행 계획을 수정하느라 분주했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 같아요. 이런 시기일수록 잘 짜인 계획이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고 제 기능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서, 잘 짜인 마케팅 계획이란 어떤 것일까요? 지난 글에서 마녀는 잘 짜인 마케팅 계획에 필요한 요소로 2W1H를 간단히 언급했었는데요 ‘누구인가(Who), 무엇인가(What),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How)’하는 이 핵심적인 요소들만이라도 확실히 해두면 기본기는 갖춘 계획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참고- B2B 마케팅 계획이 왜 필요할까?) 그럼 지금부터 이 3가지 요소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짜인 마케팅 계획에 필요한 핵인사 요소 3
첫째, 누구인가?(WHO)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이 두 가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해요. 마녀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패’라는 손자의 이야기를 자주 사용해요. 우리가 상대해야 할 시장과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너무 중요해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기업이 존속할 수 없을 테니까요. 또 그에 못지않게 고객을 상대하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해요. 그런데 기업에서 고객은 알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아는 일에는 소홀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우리 기업의 정체성과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역량, 그리고 비전을 파악하는 일도 아주 중요해요. 고객이 원하는 것은 알았는데 자신에 대한 파악이 안 되어 있다면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가치와 제품을 제공하기 어려울 거예요. 더불어 현실을 왜곡하고 무리한 결정으로 기업 경영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고객과 자신을 잘 파악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둘째, 무엇인가?(WHAT)
마케팅 계획을 세울 때 실수하는 일 중 하나가 ‘목표의 부재’ 혹은 ‘불명확성’인 것 같아요. 목표가 없는데 실행 계획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 아니겠어요? 무엇을 위한 실행 계획인지 혼란을 겪을게 불 보듯 뻔하지요. 목표가 명확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목표는 세웠지만,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니 엉뚱한 실행 계획들만 행동으로 옮기느라 애를 먹을 테고, 또 어찌어찌하여 설정한 계획들을 모두 실행에 옮겼다 하더라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성과를 얻지 못할 공산이 아주 커요. 한 마디로 목표와 계획이 따로 노는 셈이지요.
따라서 마케팅 목표는 기업의 사업 목표와 맞닿아 있어야 하고,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전략과 계획들을 실행할지 분명하게 도출할 수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쉽게 파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는 경영진이나 개인이 별도로 작업해서는 안되며 기업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이야기하고 합의를 통해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명확한 목표와 더불어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피드백은 목표 달성의 핵심적인 성공 열쇠랍니다.
또한 고객에게 ‘무엇을 팔 것인가?’ 역시 구성원 모두가 분명하게 이해하고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가치가 없다면 제아무리 공들여 세운 목표일지라도 달성하기 어려워지는 건 당연할 테니까요.
셋째, 어떻게 할 것인가?(HOW)
마케터라면, 연말연초에 세운 계획들을 실행하고 수정해 다시 한창 실행 준비 중일 텐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요? 고객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며, 또 그들이 계속해서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어떻게 신뢰와 충성도를 구축할 계획인가요?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도 알았고 그들에게 제공할 가치를 정의했다고 해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저절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거나 매출이 폭발적으로 향상되지는 않을 거예요. 아쉽게도 오늘날의 고객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잖아요?! 과학의 발전과 경험의 축적으로 고객은 날로 스마트해지고 있어요. 유행에는 민감하면서도 평범함은 거부하는 아주 까다로운 성향을 보이죠. 이는 B2C만 그런 것이 아니라 B2B 고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개인화와 맞춤형을 요구하고 있는 최근 B2B 마케팅 트렌드만 봐도 이런 현상을 엿볼 수가 있죠.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저절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마케터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의 B2B 고객들 역시 남들과는 다른 그러나 너무 튀거나 본보기가 되지 않을 방식으로 접근하기를 바라죠. 가령, B2B 고객의 안정성이나 보안성을 이해하되 혁신 기술의 필요성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단순 제품 홍보 게시물보다 신뢰성 높은 분석 자료나 이미 검증을 마친 고객 사례로 의사결정자의 관심사에 맞춰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거예요. 무료 시험판 사용과 같은 체험 기회 역시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사실 이밖에도 중요한 요소들은 많아요. 환경 분석도 필요하고 경쟁사 분석도 해야 하죠. 고객 경험과 가치 제안은 말할 것도 없고 예산 책정 및 자원 조달 계획도 해야 해요. 그러나 마녀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3가지 요소만 놓치지 않더라도 여러 사항들을 연관 지어 고려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란 거예요. 첫술에 배부르기 어렵잖아요. 초기 계획을 잘 세워 하나하나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잘 짜인 마케팅 계획서 하나쯤 우리 손안에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잠깐!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마케팅 계획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방향을 바꾸거나 수정하는 일이에요. 즉 ‘피보팅(pivoting)’ 하는 것이죠. 마케팅 계획을 끝냈다고 해서 일이 다 끝난 게 아니에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어느 유명 영화의 대사처럼, 어쩌면 기업이나 마케터에게 진짜 중요한 일은 마케팅 계획을 마친 이후가 아닐까 해요.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목표 달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시장이 계속 변하고 있잖아요. 모두 공감하시나요? 마녀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실감할 정도로 시장이, 고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답니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그의 저서 『마켓 4.0』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어요.
우리는 marketing이라는 단어를 market-ing으로 써야 한다고 믿어왔다. 이렇게 써야만 마케팅이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는 것임을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첨단 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몇 년 동안 시장이 어떻게 진화되어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고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인식해야 해요. 시장과 고객이 변하고 있는데 그에 다가가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겠지요? 이것이 마케팅의 본질이고 이것을 잘 이해했을 때, 올바른 마케팅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런데 한 번 세운 계획은 변할 수 없다거나 처음부터 일 년 내내 유효한 계획을 세운다는 목표로 초기 계획을 고집하거나 유지해서는 지금의 고객에게 올바르게 다가가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키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러므로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맞게 마케팅 전략이나 실행 방법을 수시로 점검하고, 기업 환경을 고려한 피보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해요. 그래야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요. 고객이 어디로 향할지를 예측해서 그에 적합한 계획으로 앞서 포진해 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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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마녀가 생각해도 마케팅 계획을 잘 짜기 위해 할 일들이 너무 많네요. 기업이나 마케터 입장에서 마케팅 계획 업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암요, 쉽지 않고 말고요. 하지만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면, 올바른 계획과 관리를 위해 노력해 보자고요.
첫 술을 뜨는 일부터 차근차근! 남다른 2020년이지만 하반기 모든 마케터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본 글은 친절한 마녀가 디지털 미디어 '블로터'에 기고한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터리] 잘 짜인 마케팅 계획이란? 글의 원문을 업데이트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