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1)

길을 비켜라

by 호인

#1


작은 세발 자전거로 시작해서 네발 자전거를 거쳐 그리고 드디어 보조바퀴를 뗐다. 놓는다 놓는다. 어 놓았나? 싶었을 때는 이미 내 의지로 자전거를 굴릴 수 있었다. 두발 자전거가 된 순간이었다. 몇번 넘어져 보고 달려보니 어느새 한 몸이 되어 있었다. 베테랑이 되니 그 좁은 자리에 한명을 더 태우고 다닐 수도 있었으니까.


#2


요즘 아이들 자전거를 타는 걸 보면 정말이지 라떼(?)는 무지했거나 용감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당연하게 기본 장비를 차고 탔어야 하는 자전거를 라떼(?)는 착용해야하는 걸 알았지만 확실하게 인지를 못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아이들은 철두철미하게 풀셋으로 착용한다. 당연한 것이다. 라떼(?)는 그러지 못했다. 몸이 가벼웠다.


#3


그네를 처음탈때 움직임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수준급이 되면 일어나서 탄다던지 한바퀴를 돌 기세로 힘차게 내젓는다. 마찬가지로 자전거도, 처음에는 스피드를 내지는 않지만 나중에는 일어나서 타는 경지에 다다른다. 마치 자전거 앞면에 붙여있는 로고마냥 말이다. 자전거 브랜드는 지금 생각나지 않지만 뭔가 아! 하는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


거의 자전거 타는데 전문가급이 되었을 저학년때, 친구와 동네 근처에 언덕이 높기로 유명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항상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타고 올라가면 힘이들지만 오르막길이 있다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내려올 때 페달을 밟지 않고 속도가 나는 기분은 정말 짜릿하다. 그 기분을 길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5


웬만해선 오르막도 페달을 밟으며 올라가는데, 그곳은 경사가 너무 심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다 올라가니 밑으로 보이는 내리막이 아주 아주 시원했다. 기분 좋게 자연에 스피드를 맡겼다. 물론 몸은 가벼운 상태였다. 시작은 좋았으나, 자전거의 가벼움이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함을 느꼈다. 가속이 붙어서 자전거가 더욱 더 가벼워짐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제지해야겠다고 판단하여 브레이크를 잡아보지만 헛돈다. 내리막에는 페달에 발을 두지 않는다. 페달이 알아서 돌아가기 때문에. 게다가 작지만 수많은 돌맹이들을 밟으니 바퀴가 통통튀었다. 당황해서 너무 빨리 돌고 있는 페달에 발을 갖다 댔고 몇초 뒤에 붕떠 일어나보니 자전거는 저 멀리에서 조각난 상태로 되어 있었다. 놀랐지만 별로 아프지 않았다. 뭔가 싶었다. 일단 앞이 보인다. 친구는 괜찮냐고 나한테 온다. 일단 전문가 입장에서 자전거에서 넘어지니 창피함이 앞섰다. 그런데 뭔가 축축했다. 그리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더 당황하셨다. 일단 병원을 가자고 하시는데, 집전화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때 당시만 해도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어른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주머니 집으로 따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6


그 순간 눈물이 터졌다. 얼굴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앞이 보이는게 신기할 정도로. 그리고 그제서야 아프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다. 놀람이 아픔을 이겼다. 너무 놀랐다. 병원을 갔다. 어디 부러진 곳이 전혀 없었다. 기적이었다.


#7


그 이후로 자전거를 어떻게 대했냐고? 나는 당연하게 자전거를 신나게 탔다. 아이들이었으니까 가능했었던 것일까? 커가면서 자라나는 생각들에 고민과 걱정이 추가되지만, 아이들은 그냥 다시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어린 나에게 고맙고 기특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트라우마로 남지 않고 다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줬으니. 그래서 나는 지금도 자전거를 탄다.


PS. 부모님 마음은 엄청 아프셨을 것이다. 놀라셨을 것이고. 죄송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도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너무너무. 그리고 아이들은 무조건 장비를 풀세팅으로 인지시켜주자.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어릴적 학교 앞 달고나 처럼 인생은 지금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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