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2)

그게 그렇게 갖고 싶었다

by 호인

#1


남부럽지 않았던 탈거리 생활. 그랬다. 어릴때부터 탈 것에 대해서는 항상 남들보다 빨랐다. 자전거는 기본이고, 지금은 인라인스케이트라고 부르지만 라떼는(?) 롤러부레이드라고 발음했었던 그것마저 항상 빨리 갖고 있었다. 그리고 동네에서 가장 빨리 퀵보드가 나왔을 때 아버지가 어디선가 가져오셔서 난 그 위에 오를 수 있었고, 그리고 대망의 기어자전거마저 빨리 탈 수 있었다.


#2


기어21단? 어른자전거라고 생각했던 자전거를 10살때쯤 얻었다. 지금이야 자전거가 엄청나게 흔하지만, 어린이가 기어21단을 타고 있다? 이건 혁명이었다. 자전거로 다치기도 많이 다쳤지만, 더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자전거는 나에게 재밌는 놀이기구였다.


#3


하지만, 아버지가 그 자전거를 사오셨을때 집안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어린 내가 느낄만큼. 집안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술김에 사오신 자전거를 어머니는 좋아하실리 없었다. 탈 때만큼은 좋았지만 타기 전에 볼때는 그렇게 마음이 유쾌하진 않았다. 애지중지 하며 탔던 자전거는 거의 새것에 가까웠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4


내 집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까지 닥쳤을 때.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할머니댁으로 아예 이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개월 후 시간이 지났을 때, 잊고 있던 나의 자전거를 재회할 수 있었다. 학교도 옮기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면서 모든게 달라졌던 나의 일상에서 자전거를 생각 할 여유는 없었었기 때문에. 잊었었다. 나의 자전거를.


#5


새로운 동네에서 재회한 자전거를 타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자전거도 사연이 있었다. 차로 2시간이 걸리는 그 거리를 아버지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가져와서 주셨다. 내 집도 내 집이 아니게 된 상황에서 지킬 수 있는 물건들은 모조리 우리 것이 아니게 되었고, 유일하게 자전거 하나 지키셔서 가져다 주신 것이다. 그때는 참 몰랐었다. 그저 다시 만난 나의 자전거. 새로운 동네에서 나만 없었던 그 자전거를 다시 만나서 새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나도 너네 것 보다 더 좋은 것이 있었다고. 증명 할 수 있는.


#6


그런데, 사건이 발생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문방구를 가서 준비물을 사려고 했건만 늦게 일어나서 빨리 움직였어야 했다. 몸으로만 움직여서 등교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하에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등교는 멋지게 끝냈다. 하지만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자전거 자물쇠를 채우지 못하고 등교를 했다. 수업내내 밖에 있는 자전거가 떠올랐다. 그 당시 근처 중,고등학교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훔쳐간다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더 조마조마 했다.


#7


앗, 꿈일꺼야.. 하교 후 자전거 보관소만 몇시간을 헤맸는지 모른다. 그 자전거가 없어졌다. 내 자전거가 없어졌다. 울음이 터졌다. 다시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갔는지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아버지가 몇시간을 타고 가져오셔서 나에게 다시 건네 준 그 자전거라고 생각하니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갔다. 할머니한테만 혼났다. 차라리 혼나서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꽤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잃어버렸던 이야기는 계속 나온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정도로 편안해졌다.


#8


성인이 된 이후로 내 힘으로 자전거를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손길이 가지 않는다. 기껏 타봤자 대여해서 타는정도? 자전거를 보면 나의 잃어버린 자전거가 생각나고 그냥 잃어버린 자전거가 아니라 애틋한 자전거였기 때문에. 새 자전거를 사도 그렇게 애정이 있을까 싶다. 애정을 줄 수 있을까 말이다. 자전거 하나에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건 '나'라서 가능한가보다.


어릴적 학교 앞 달고나 처럼 인생은 지금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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