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고통의 대화, 병원의 시간 (4)
며칠 뒤, 두 사람은 동시에 퇴원했다.
서울역과 부산역, 서로 다른 플랫폼. 같은 시각, 서로를 향해 기차를 탔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이 서로의 시간을 잇고 있었다.
프롤은 생각했다.
“사랑은 결국 시간의 교통사고야.
두 세계가 부딪혀야 존재가 깨어나는 거니까.”
멀리 부산행 열차 안에서, 에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통은 우리를 서로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줘.”
그 말은 진실이었다.
사랑은 서로의 상처 위에 피어나는 연대의 꽃이었다.
그날 밤, 프롤은 병실에서 쓰던 노트를 꺼내 이렇게 적었다.
인간의 몸은 언젠가 낡고 사라지지만,
사랑은 그 고통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감각으로 남는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서로의 고통을 공유함으로써 같은 존재가 된다.
그가 그 문장을 완성하던 순간, 멀리 부산의 하늘 아래에서 에필도 같은 문장을 흘려 적고 있었다. 그들의 글씨는 다르지만, 문장은 완벽히 일치했다. 그건 고통이 만든 시였고, 사랑이 통증을 통해 말하는 철학의 문장이었다.
그렇게 병원의 시간은 끝났다.
그들은 다시 걷게 되었지만, 예전의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사랑은 ‘함께 있는 것’을 넘어,
‘함께 아팠던 기억의 연대’로 새겨져 있었다.
하늘은 납빛,
빛은 부서지고
우린 그 틈으로 넘어졌다.
너는 팔을 다치고,
나는 다리를 다쳤지만
그 밤, 서로의 문장을 타이핑했다.
"고통도 동시에 느끼면,
그것도 사랑이겠지."
푸른 병실 불빛 아래
우리의 말은 신경처럼 이어지고
도시는 두 개였지만
심장은 하나였다.
너는 바다에 종이비행기를 띄웠고,
나는 창문 틈에서 그것을 주웠다.
적혀 있던 문장 하나.
"당신이 아플 때,
나는 살아 있다는 걸 느껴."
그 말이 바람을 타고
두 하늘을 엮었다.
이제
사랑은 회복의 이름,
고통은 우리의 연대다.
<제7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