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고통의 대화, 병원의 시간 (3)
잠시 후, 부산의 밤.
에필은 그 문장을 읽고 울었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들어왔고, 소금기 섞인 공기가 눈물과 섞였다.
그녀는 조용히 답했다.
“그럼, 우리 몸이 지금 닫혀 있는 건 아닐까?”
프롤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타이핑했다.
“닫혀 있는 게 아니라, 회복 중이야.
사랑은 부서지고 다시 붙는 과정에서 진짜가 되니까.”
그 말에, 에필은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고통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향해 살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상처는 조금씩 아물었다. 하지만 그 사이, 그들은 이전보다 더 깊은 곳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마치 고통이 하나의 신경이 되어 두 도시의 하늘을 이어주는 듯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의 신경망. 하늘의 흐린 빛 속에서, 서로의 감정이 전류처럼 흘렀다.
에필은 어느 날 부산 병실의 창문을 열었다. 그녀는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개에 단 한 문장을 적었다.
“당신이 아플 때, 나는 살아 있다는 걸 느껴.”
그리고 그것을 바다 쪽으로 날렸다.
바람이 그 종이비행기를 휘감아 하늘 높이 데려갔다. 날지도 못하고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그 비행기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며칠 뒤, 서울의 병실 창가에서 프롤은 작은 종이비행기를 발견했다.
창문 틈새에 낀 종이에 며칠 전 주고받은 카톡의 똑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는 놀란 듯 웃었다.
“에필… 네가 보냈구나.”
그날 밤, 그는 잠들며 중얼거렸다.
“우리의 거리는 감각의 진폭이야.”
꿈속에서 프롤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바람이 부드럽게 불고, 도로는 금빛으로 빛났다. 멀리서 에필이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팔은 멀쩡했고, 그의 다리도 가벼웠다. 둘이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따뜻해졌다.
그녀가 말했다.
“다음에는, 우리 같은 병원에 입원하자.”
프롤이 웃었다.
“또 다쳐? 그땐 다치지 말자. 대신 같은 하늘을 보자.”
그 순간, 하늘은 환하게 빛났고, 꿈은 서서히 사라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