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부. 도시의 숨결, 골목길에서 나눈 말 없는 고백 (2)
그들은 서울의 600년 된 골목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돌바닥에는 얇은 비가 내린 흔적이 남아 있었고, 그 위로 등불의 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비둘기들은 전선 위에 부지런히 오가며 앉아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간판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중 하나, ‘코피티암’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프롤은 웃었다. “그때도 저기서 커피 마셨었지.”
에필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아니, 그날은 내 생일이었잖아. 넌 글을 쓴다고 여기 남았고,
나는 출근하느라 커피만 사주고 갔어.”
그의 기억은 사랑의 왜곡 속에서 흐릿해져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왜곡이, 사랑이 시간을 견디는 방식이었다.
골목을 지나며 떡집 앞에서 달고나 굽는 냄새가 퍼졌다.
프롤은 발걸음을 멈췄다.
“이 냄새는, 기억나? 학교 근처에서 나던.”
에필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나는 널 멀리서 보고만 있었지.
엄마가 이런 건 못 먹게 했거든.”
그 말에 프롤은 눈을 감았다.
기억의 파편이 천천히 녹아내리며 현재로 스며들었다.
그의 가슴속 어딘가가 따뜻하게 풀렸다.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쳤다.
그 침묵은 말보다 진했고,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섞여 들었다.
사랑은 늘 시간의 층위 위에 존재했다. 반복되면서, 달라지면서.
그 이후로 그들은 전국의 도시들을 함께 걸었다.
군산, 부산, 강릉.
군산의 바람은 철의 냄새를 품고,
부산의 골목은 바다의 소금기와 인파의 열기를 뒤섞으며 끓어올랐다.
강릉의 공기는 가장 부드러웠다.
바다의 숨결이 느리게 번지며 사람의 마음을 적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