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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프롤과 에필〉

제8부. 맛집과 도시의 감각, 사랑의 일상 (2)

by 원성진 화가

그들은 서울의 골목을 따라 걸었다.
낡은 간판, 전선이 얽힌 하늘, 퇴근길 사람들의 웅성거림. 모든 소음이 어느새 하나의 배경음처럼 들렸다.

도시는 거대한 심장처럼 뛰고 있었고, 그 심장의 박동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들었다.

그날 하루는 그렇게 골목과 맛집으로 이어졌다.

작은 떡집에서 찹쌀떡을 맛보고, 오래된 제과점에서 버터 냄새가 가득한 빵을 골랐다.

그 순간마다 음식은 사랑의 감각으로 변했다.

그들의 대화는 소리보다 향기로, 향기보다 시선으로 이어졌다.


며칠 뒤, 제주도에서도 같은 탐험이 이어졌다.


용두암 작은 횟집. 바닷바람은 짠내를 품고 창문을 두드렸다.
에필은 창가에 앉아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기며 말했다.
“이건 서울과 달라. 바다 냄새가 섞이니까 더 자유로운 맛이야.”

프롤은 젓가락으로 회를 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음식은 그곳의 시간과 공간을 담고 있어.
우리가 먹는 건, 그 순간의 세계야.”

그 말에 에필은 잠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의 표면은 저녁노을을 받아 붉게 빛났고, 그 위를 비행기 한대가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속삭였다.
“그럼 우리도, 서로의 세계를 먹고 있는 걸까?”
프롤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내 안에, 내가 네 안에 조금씩 스며드는 거지.”

맛집 탐험은 서로의 감각을 기억하는 의식이었고,

사랑을 ‘느낌의 언어’로 번역하는 행위였다.


서울, 부산, 강릉, 군산, 제주.
그들은 각 도시의 냄새를 맡고, 질감을 손끝으로 느꼈다.

벽돌의 거칠음, 카페의 어두운 조명, 골목의 눅눅한 공기, 그리고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의 온도. 그 모든 것이 그들의 감정을 기록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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