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부. 맛집과 도시의 감각, 사랑의 일상 (3)
군산의 작은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날.
창문 밖에는 가로등이 희미한 빛을 흘리고 있었고, 방 안에는 오래된 냉장고의 낮은 진동음만이 들렸다.
에필이 침대에 누워 프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맛집과 골목길을 다니며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는 순간이 사랑일까?”
프롤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사랑은 결국 경험의 총합이야.
서로의 기쁨, 슬픔, 맛, 냄새, 온도를 공유할 때
그 감각이 사랑으로 축적되는 거지.”
그들의 밤은 조용했다.
밖에서는 빗방울이 천천히 떨어졌고, 그 소리는 마치 심장의 리듬처럼 고요했다. 그들은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들었다.
사랑은 말보다 온도에 가까웠다.
다음 날 아침, 군산의 작은 카페.
커피의 향이 방금 내린 비 냄새와 섞여 공기를 채웠다.
에필은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매일이 특별할 수 있을까?”
프롤은 커피잔을 돌리며 답했다.
“특별함은 의도하지 않아도 돼.
우리가 서로를 느끼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순간마다 특별해지는 거야.”
그 말에 에필은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랑은 작은 감각들의 총합, 일상의 반복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발효의 감정이라는 것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