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썰면 맛없다.

by 원성진 화가

김밥은 싸는 사람 바로 옆에서, 썰지 않은 채로 입에 들어갈 때가 가장 맛있다. 다음 김밥이 말리기 전에.


단면을 열어 설명하지 않아도, 삶은 대개 그렇게 이해된다.

통째로 물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무엇이 먼저 씹힐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혀 위에서 질서를 만든다.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우지만, 맛은 계획 밖에서 더 또렷해진다.


오뎅국물이 (어묵 국물이 맞나?) 있다면 최고지만, 없어도 괜찮다.

있다면 뜨거운 한 모금이 그 옆에서 세계를 부드럽게 녹이며 정리한다. 뜨거움은 생각을 느리게 하고, 느려진 생각이 때론 사소한 것을 의미로 바꾸기도 한다. 오늘이 행복해지는 이유는 대개 이런 작은 것에서 태어난다.


이제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김밥을 좋아하는가?

썰린 김밥인가?

통째로의 김밥인가?

그리고 그 김밥은 언제, 누구 곁에서 먹고 싶은가?


주섬주섬 & 우거적우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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