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가는 줄 모르면
언어에는 온도도 있고, 감촉도 있지만, 특히 냄새가 있다.
누군가의 입을 거쳐온 단어는
그 사람의 체온, 습관, 그리고 살아온 계절, 그만의 냄새를 품는다.
그래서 사랑, 성공, 행복 같은 단어들은 이상하리만치 낯설다. 내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의 입술을 통과하며 닳고 반질반질해졌기 때문이다.
진짜의 무게는 사라지고, 그럴듯한 포장만? 남았다.
나는 그런 단어들이 불편했다.
그래서 내 식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 골 때리는 작업이긴 했지만, 필요했다.
오래된 사전의 낡은 장을 찢고, 그 여백에 내 문장을 덧쓰듯이.
누군가와 있을 때만 하루가 짧아지거나, 몇 분이 이상하게 짧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사랑이다.
그 사람 앞에서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고, 말의 온도와 리듬이 바뀐다.
'성공'이 단어도 나는 다시 썼다.
한때 나는 타인의 기준을 좇았다. 지금도 아니라고 단언 할 수 는 없지만, 글을 계속 이어간다.
그래서 성공은 남보다 빨리, 더 높이 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길 끝엔 언제나 패배감이 있었다.
남의 박수는 금세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는 건 이상한 피로감? 외로움? 아싸? 같은 느낌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의 적막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완성된 그림 하나가 마음에 닿았고, 나는 혼자 웃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조용한 박수가 울렸다.
그 박수는 세상 누구의 것도 아닌, 나 자신이 나에게 보내는 인정이었다. 작가는 늘 이런 순간에 오르가슴을 느낀다.
그때 알았다.
성공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태도이며,
외부의 환호보다는 내면의 고요한 환희라는 것을.
사람은 결국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을 번역해야 한다.
세상이 내놓은 정의들은 언제나 불분명하고, 타인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
사랑, 성공, 행복, 멋짐, 건강
이 단어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것 같지만,
그 의미를 살아서 다시 써야만 비로소 ‘나의 단어’가 된다.
사랑은 시간의 흐름이 멈추는 일,
성공은 내 마음이 스스로에게 박수를 치는 일.
이렇게 단어들이 내 손끝에서 새로 태어날 때,
세상은 조금 더 내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언어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