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시선

세 가족이 여행하는 삶

by 왕구리

오랜만에 방문한 울산.

내려가기 전부터 바다에서 놀기로 한 아들과 나는 한껏 들떠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식당 화장실에서 후다닥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다.

흐릿흐릿 한두방울 내리는 빗방울에 오히려 고맙다며 바닷가로 달려갔다.


몽돌해수욕장은 모래사장 대신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매번 지나가면서 눈으로만 봤지, 몽돌바닷가에 들어가겠다고 한 건 처음이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제법 파도가 거세다. 놀란 눈으로 바다를 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조금 더 걸어가볼까?"


그렇게 조금 걷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고, 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뭣도 모르고 파도 중간쯤에 앉았다가 앞에서 치는 파도에 한번, 뒤에서 미는 파도에 또 한번 당했다.

허겁지겁 정신을 차려 도망쳐 나오고, 다시 들어가기를 대략 30번쯤 반복했을까.

너무 깔깔거리며 왔다갔다 한 우리는 파도의 끝 지점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


"되게 신기한 소리가 난다. 돌들이 쓸리면서 나는 소리인가봐"

"아빠! 나 되게 신기한 돌을 발견했어. 하얀 투명한 돌이야"

"파도가 파도를 도와주고 있어. 중첩 마법이야."

"어~? 저 파도는 오는 파도를 막아주네. 방해하는건가?"


또 다시 들어갔다.

파도에 밀려 우당탕탕 넘어지고, 작전상 후퇴를 반복했다.

그렇게 신나게 파도놀이를 하고 따뜻한 초코라떼와 카페라떼를 마시러 갔다.


KakaoTalk_20250715_085811509_07.jpg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

손을 잡은 아들이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


"아빠. 아까 그 파도 있잖아~ 좀 무서웠지?"

"응. 그런 파도를 서서 볼 땐 괜찮았는데, 앉아서 마주하려니까 좀 무섭더라."

"근데 파도의 시선에서 보면 어땠을까?"

"파도의 시선?"


파도의 시선이라.

아들이 벌써 그런 단어를 쓴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파도로 입장을 바꿔본다.

파도는 우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위험하니 비키라고 했을까? 내 길을 막지 말라고 소리친걸까?

중첩 마법으로 도와준 친구 파도에게는 뭐라고 했을까? 자기 길을 방해한 파도에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가는 중 아들이 한마디를 했다.


"아빠. 바다 한가운데 있는 파도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아닌 다른 것의 시선을 생각해본다는 것은 잠시지만 그것이 되어 본다는 뜻이다.

파도로 인해 내가 느낀 감정들과

나로 인해 파도가 느낀 감정들은

어떻게 다를까?


아들과의 소소한 추억과 대화에서 얻은 귀한 생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니가 매일 하는 그게 파자마 파티야.